성과 진단 남성 피임(그 후)|정관수술이 정신면에 미치는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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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관절제수술은 이상적인 것인가? 최근 우리 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사회 의학적인 측면에서 가족계획의 한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는 정관절제수술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이루어졌다. 장본인은 서울대의대 비뇨기과 교수 이희영 박사. 그는 『시술을 받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관절제수술을 가족계획의 방법으로 적극 권장했고, 또 시술을 받기 전보다 훨씬 건전한 사회인으로서의 특성을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62년부터 작년까지 시술을 받은 약20만명 중 1천80명을 랜덤·샘플링하여 정관절제수술이 의학 및 사회 심리적 영역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이 박사는 정관절제수술이 지금까지 고안된 가족계획 방법 중 가장 무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박사가 발표한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조사연구 항목은 96개나 되나 이를 대별하면 개인특성, 권장요인, 수술관계, 정신건강, 성교능력, 심리적 요인 등의 여섯 가지였다.
대상자의 나이는 평균 37.8세, 그들 부인은 32세였고 결혼기간은 평균 14년에 자녀수는4.7명이었다. 교육정도는 대부분이 국졸이하였고 거의 유교신도였다. 직업으로는 농업·상업·공무원의 순이었다.
정관절제수술을 받게된 동기는80%이상이 경제적인 이유와 너무 많은 자녀수틀 들고있다. 다른 수태 조절법에서 이 정관절제수술로 전환한 이유로는 『최종적으로 영구피임을 하기 위해서』, 『다른 방법은 믿을 수 없기 때문』이 많았다.

<수술자체에 의심 품어 작심 9주 걸린 경우도>
다른 수태 조절법으로 실패한 사람이 무려 전대상자의 4분의1이니 되어 경관절제수술의 효과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상자(60%이상)가 자의로 수술을 받기보다는 가족계획 지도원에게 강하게 권유 당했음이 밝혀졌다. 더우기 국비로 시술을 받은 대상자의 12%가 수술을 받도록 억지로 강요당했음이 조사에서 나타났다. 따라서 국비로 시술을 받은 자가 자비로 시술을 받은 자보다 훨씬 불평을 많이 털어놓은 사실과 어떤 연관이 있지 않나 생각되었다.
시술을 꺼리는 원인으로 가장 높은 것은 수술후의 정력감퇴였다. 이처럼 수술에 의심을 품었던 사람은 대상자의 4분의1이나 되었으며 시술 받기로 결심할 때까지 평균 9주일이 걸렸음은 아직도 일반이 정관절제수술을 선뜻 받아들이지 않는 충분한 반증이라 하겠다. 심지어 대상자의 6%가 자기 가족이나 아내 혹은 자녀를 위해서 자기가 희생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 관심을 끌었다.
수술 후 합병증을 나타낸 사람은 10%고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아팠다고 불명한 사람은 5% 밖에 안되었다. 합병증은 주로 수술부위가 붓거나 염증을 일으키는 정도였고 치료는 잘되었다.

<성적 불만 오버·센스 단순한 「심리적 영향」>
시술전보다 시술후의 건강상태가 나빠졌다는 대상자는 겨우 10산%이며 반대로 부인 측이 더 좋아졌다는 것은 19%나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8O%)은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고 밝혔다.
성적 만족을 가져올 수 있는 여러 조건에 대한 변화는 대부분이 별 차이가 없었고 오히려 증가한 것이 12%인데 비해 감소했다고 불평한 자는 8%밖에 안되었다. 부인에게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 주었다.

<「건강한 사회인」으로 부부 생활도 원만하고>
정신건강이나 성 생활면에서 정관절제수술이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 자는 13∼17%였는데 그 주요 원인은 경력이 감퇴할 것이라든지 만족스런 성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것이라는 단순한 심리적 영향이었다.
그러나 종합적으로 볼 때 정관절제수술은 오히려 건강한 사회인을 만드는데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시술 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긴장이 감소되어 정서적으로 안정되었고, 부인과 잘 지내게 되었으며,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자기 직업에도 만족감을 얻어 안정되어 있는 상태였다.

<"적극권장"나선 사람도 광범위한 계몽 앞서야>
거의가 만일의 경우 이 수술을 다시 받겠다고 했으며 다른 사람에게도 적극 권장하겠다고 나섰다. 이런 것으로 보아 가족계획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관절제수술의 보다 광범위한 보급은 그 전망이 밝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단순히 개인적인 성적 만족을 얻고자 시술을 받은 사람들도 없지 않다는 것과 일반적으로 높은 교육을 받은 사람일수록 정관절제수술을 기피하는 현상에 대한 적절한 조처를 취한다면 더욱 효과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 박사는 결론지었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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