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백자·분청, 도자의 예술전통이 세계에서 으뜸인데 왜 도자기의 미감을 다룬 우리 춤이 없을까. 의문에 빠졌던 고미술품 수집가이자 연구자인 황규완(70)씨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현대무용가 남영호(47)의 ‘이 시대의 우리 춤-한국여자’를 보다가 무릎을 쳤다. 둘은 만나자마자 같이 박물관으로 달려갔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보물부터 사립박물관의 명품까지 좋다는 달항아리는 다 보러 다녔다.
7일 오후 8시 서울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 11일 오후 8시 경기 고양아람누리 새야새 극장 무대에 오르는 ‘남영호의 달항아리(Moon Jar)’는 이런 1년 여의 산고 끝에 태어났다.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부잣집 맏며느리 같은 후덕함’을 지녔다고 비유했던 넉넉하고 질박한 생김새, 그 조형미를 남씨가 1인무로 빚어낸다.
달항아리는 아래와 위, 두 부분을 따로 빚어 합일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완성품을 건지기 어려운 일종의 도를 품는다. 남씨는 하늘과 땅, 남과 여, 음양의 조화를 상징하는 그 달항아리의 성정을 몸으로 빚어 보이겠다고 했다. 프랑스에서 30여 년 춤 속에 녹여 선보인 한국인의 호흡, 특히 달을 바라보며 들숨과 날숨의 훈련으로 소원을 빌던 한국 여인의 심신이 몸짓으로 드러난다. 02-3216-1185.
정재숙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