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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재 생산에 눈 돌린 소련 경제|강철과 메리야스…양면 작전 노린 9차 5년 계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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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소련은 지난 42년 동안 주력해온 중공업 우선의 경제 계획 패턴을 소비재 및 경공업 우선으로 전환하는 제9차 5개년 경제 계획안(71년∼75년)을 확정, 발표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이 5개년 계획안은 지난 13일의 공산당 중앙 위원회에서 채택, 오는 3월20일의 제24차 공산당 전당 대회에 제출될 예정인데 계획 기조가 지금까지의 중공업 중점주의에서 탈피, 국민의 소비 생활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소비성 생산 우선 등의 몇 가지 획기적인 정책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계획의 특징을 한마디로 간추리면 『철의 장막』속에서 강철 등의 중공업 제품만을 중점 생산한 소련이 올해부터는 강철도 메리야스도 다같이 생산하는 『양면 작전』을 표방하고 있는 점이다.
이러한 정책 전환은 1928년에 5개년 계획을 시작한 이후 42년만에 처음 있는 일로서 최근의 폴란드 폭동도 큰 영향을 미친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한마디로 『민생 중시』의 정책 지향이며 구체적으로는 소비재를 생산재보다 더 많이 생산하고 공업보다는 농업 부문 발전에 더욱 주력한다는 것이다.
즉 농업 경공업 및 식품 공업 부문에 대한 중점 투자-증산을 통해 일반 소비재 가격을 인하하고 필요한 범위에서 좋은 일용 상품을 보다 충분히 시장에 공급함으로써 일반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물자의 국가 소매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 지침은 지난 제8차 5개년 계획에서 소비재 생산이 급격히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했으며 양적으로 계획 목표가 달성된 부문도 품질과 디자인이 조악하며 규격이 다양하지 못해 소비자의 불만을 사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 계획은 68년에 있었던 제8차 계획의 수정에 의해 증산 노력이 기울여져 생산재 신장율을 상회한 소비재의 증산 템포를 지속 정착화 하는 한편 질적 측면에서도 미흡했던 점을 보완하려는 정책 목표를 뚜렷이 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소비재 파의 의견이 크게 반영된 새 5개년 계획안이긴 하지만 생산재 파의 주장이 전면 후퇴한 것은 아니다.
즉 방위력 증강 계획은 한층 더 강화했으며 미소간의 우주 경쟁에 따른 유인·무인 우주 비행 계획 분야도 계속 강력히 촉진키로 돼있다.
또 하나 새 계획에서 주목되는 것은 기술 혁신, 경영 개선, 그리고 이윤제 도입 분야의 확대 등에 의해 노동 생산성의 제고를 기도하고 있는 점이다. 8차 계획에서는 제조 및 노동에 대한 과학적 방법의 도입이 극히 부진했으며 따라서 노동 생산성의 향상과 근로 규율의 강화 문제 등에 무관심한 경영자가 많았다는 사실에 대한 반성이 새 계획에 반영된 것이다.
그러고 보면 금후의 소련의 경제 정책은 『자본주의와의 경제 경쟁』이라는 측면보다 소비 생활 면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해소하고 국민의 식생활을 개선한다는 내적 문제 해결에 보다 역점이 두어질 것이 분명해진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련의 「5개년 경제 계획」은 당 중앙위의 계획과는 달리 계획이 실제로 집행되는 과정에서 축소 조정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64년10월에 흐루시초프가 축출된 이후부터 이러한 계획의 축소 조정 경향이 현저히 줄어들긴 했지만 8차 5개년 계획(66년∼70년)만해도 초기에 당 중앙위가 발표한 숫자와 지난 2월초에 공표된 실제 숫자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예컨대 70년도의 강철 생산 목표는 1억2천4백만 내지 1억2천9백만t으로 책정된 데 비해 실적은 1억1천6백만t이었으며 70년도의 자동차 및 TV 생산 댓수도 각각 91만6천대와 6백50만대로 계획에 훨씬 미달했다.
특히 8차 계획에서는 농업 투자를 단번에 2배로 증가시켜 농업 생산의 부진을 만회한다고 발표했으나 67년의 중동 전쟁과 68년의 월남 전쟁 등 국제 정세가 악화되면서 농업 부문 투자가 대폭 삭감, 군사비로 전용된 바 있다.
이로 미루어 새 5개년 계획이 소비재 생산 증가와 농업 중시 등을 캐치·프레이즈로 내 세우고는 있지만 목표 연도인 75년까지 이러한 계획이 과연 축소 수정됨이 없이 제대로 집행될 것인지가 극히 의문시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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