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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組閣] 인선 발표 미국식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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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27 조각에선 새로운 인선 발표 방식부터 주목을 끌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기자회견 형식으로 직접 국민에게 장관 인선의 원칙과 배경을 설명하는 '이벤트'를 벌인 것이다.

대통령이 신임 장관을 임명할 때마다 개개인의 약력이나 임명 배경을 국민에게 소개하는 미국의 백악관 방식을 차용했다. 그동안 우리는 비서실장이나 공보수석이 발표해 왔다.

盧대통령은 오후 2시 신임 장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곧바로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모여 있는 춘추관으로 이동했다. 이 자리에서 고건 총리가 19명의 신임 장관들을 차례로 소개했다. 이 역시 언론에 먼저 발표하고 3~4시간 후쯤 임명장 수여식을 했던 관행과는 다르다.

이어 盧대통령은 인선 배경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는 "적재적소를 첫째 원칙으로 삼고 안배를 보완적 고려사항으로 삼았다"고 원칙을 밝혔다. "지역안배는 자연스럽게 된 것 같고… 출신학교별 안배까지 했다가는 엉망이 될 것 같아 포기했다"는 말도 했다.

盧대통령은 첫 내각 구성에 대해 "보는 각도에 따라 이런 저런 흠과 약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노무현 정부 초기에 해야 될 일을 하는 데에는 적절한 사람이라고 자신한다"고 평가했다.

파격인사란 평을 받고 있는 강금실 법무.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발탁과 시민단체의 반대가 있었던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 인선에 대해선 조목조목 반박논리를 폈다.

강금실.김두관 장관 선임과 관련해선 개혁의 필요성을 들어 설명했고, 김화중 장관에 대해선 "후보시절 대통령이 되면 꼭 장관을 시키겠다고 마음먹었다. 제 아내와는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盧대통령은 그간의 고충도 털어놨다. "공개추천을 받으면 광범위하게 모든 사람이 망라될 줄 알았는데 그것만으론 부족했다"거나 "고사한 분도 있었고 좋은 분이라고 추천받고 검증해보니 과거 장관했다 낙마한 것과 같은 사유를 가진 분들도 있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회견이 끝난 후 盧대통령은 불쑥 춘추관 1층 기자실을 찾았다. 마감시간에 쫓겨 기사를 작성 중이던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 뒤 커다란 소리로 "바쁜 분들은 인사 못드리고 그냥 갑니데이"라며 기자실을 떠났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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