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의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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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유쾌한 화제의 소년이 있다. 고교 수석 졸업, 예비고사 수석 합격, 대학 입시 수석 합격-. 그래서 3수석을 독점한 학생의 이야기이다. 이 소년이 말하는 비결은 하나도 새로운 것이 없다. 바로 이 점이 더욱 유쾌하다. 그는 가정 교사에 매달린 것도 아니고, 학원에 개근한 일도 없다. 물론 밤샘을 하며 공부에 몰두 한 적도 없다.
이른 아침에 도시락을 두 개 싸들고 학교 도서실로 간다. 그래서 그날의 공부를 예습한다. 저녁이면 나머지 도시락을 먹고 학교 도서실로 다시 간다. 그리고는 그날의 공부를 복습한다. 비결이라고는 이것이 전부이다. 밤이 늦는 것도 아니다. 10시가 되기 전에 귀가를 한다. 친구들 사이엔 공부벌레로 소문나 있지도 않다. 그는 스케이트도 씽씽 탈줄 알며,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기도 곧잘 했다. 이 소년의 한가지 집념이 있었다면 규칙적인 시간이 활용이다. 그리고 학교에서 배운 것을 철저히 확인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평범의 강점을 십이분 이용했다. 전전긍긍 공부에 짓눌려 초조하거나 불안해 하지 않았다. 공부는 일상 생활의 전부가 아니고, 그 일부로 축소시킨 것이다. 그럴듯한 요령이다.
영국 철학자 「프란시스·베이컨」은 『수상록』에서 공부에 관해 이렇게 말한 일이었다.
『간교한 사람은 공부를 경멸하고, 단순한 사람은 공부를 칭찬하고, 현명한 사람은 공부를 이용한다.』
이 화제의 소년은 공부를 이용한 쪽이다. 우리는 흔히 공부를 위한 공부의 경우를 자주 본다. 이런 경우는 으레 공부하는데 힘이 든다. 입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불안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피로는 기억력과 이해력을 약화시킨다. 그 때문에 경쾌한 심신은 두뇌를 강하게 하며, 과중한 공부는 오히려 두뇌를 약하게 한다. 학생들이 요령 없이 두뇌를 약하게 하는 공부에만 몰두하는 것은 딱한 일이다.
부모들은 공부만 강요하는 편보다는 그 요령을 터득시키는 데에 관심을 가져야할 것 같다. 수재는 따로 없다. 바로 공부하는 테크닉을 일찍 깨우치면, 그것으로 수재는 충분히 될 수 있을 것이다.
달리 말하면 단숨에 수재의 자질을 보이는 소년은 드물다. 평균인의 그것으로부터 서서히 시작하면 어느새 수재가 되어 있는 것이다. 입시 전략은 이것으로도 훌륭하고 틀림없을 것 같다.
바로 3수석 생의 일상 생활은 그것을 교훈하고 있다. 공부를 유쾌한 생활의 일부분으로 만드는 것은 교육의 가치로도 높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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