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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발리 APEC에 거는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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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오는 7일부터 이틀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필자는 이에 앞서 열리는 경제인 모임인 APEC 최고경영자회의(CEO Summit)에 참석한다. 이번 APEC 정상회의와 최고경영자회의는 각각 ‘아·태 지역의 회복력, 세계 성장의 엔진’과 ‘회복력과 성장을 향해-세계경제의 우선순위 재설정’을 주제로 선정했다. ‘회복력’과 ‘성장’이라는 두 화두가 아·태 지역 21개국 정상과 1200여 기업인을 발리에 불러모은 것이다. 필자는 이 회의를 통해 다음의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우선, 아·태 지역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공조 의지 표명이 있어야 한다. 미국의 양적완화 관련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치고 신흥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6월 미국 연방준비회의 개최를 전후로 세계 주식시장은 세 차례나 급락을 거듭했다. 특히 대표적 신흥국이자 이번 의장국인 인도네시아의 경제는 27년 만의 최대 경상적자, 4년 만의 최저 통화가치라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여전히 글로벌 경제는 충격에 쉽게 흔들리는 허약체질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기에 이번 발리 APEC에서 아·태 지역 경제성장과 금융 안정을 위한 분명한 공조 메시지를 기대한다.

 둘째, 무역·투자 자유화를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 APEC은 역내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통해 아·태 지역 경제공동체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0년이라는 목표 시한까지 갖고 있다. 실제로 1989년 APEC 창설 당시 16.9%였던 역내 평균 관세율이 2011년에 5.7%로 낮아지는 등 성과가 컸으나 최근에는 관심이 떨어진 것 같아 우려된다. 일부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강력한 동력을 받고 있는 모습과 대조된다. 구체적인 자유화 일정표와 구속력을 가진 실행 방안이 나와야 한다.

 셋째, 성장과 관련된 논의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이번 회의를 포함해 성장은 APEC 회의의 단골 주제였다. 하지만 실제 회의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APEC 회의는 횟수를 거듭할수록 의제 수가 늘고 관심 범위가 확대되면서 본원적 목표에 대한 집중도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번 회의에서는 혁신이나 기술협력, 서비스 자유화, 인적자원 이동 등 성장과 직접 관련된 의제들이 보다 많이 채택되어 논의됐으면 한다.

 넷째, 역내 인프라 투자 활성화를 위한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제자본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역내 많은 신흥경제국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인프라 투자에 애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민관협력방안(PPP)을 통한 인프라 개발이라든가 얼어붙은 국제자본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규제 완화, 새로운 상품개발 협력 등 직접적 대응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APEC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GDP의 55%를 차지한다. 또 한국 수출액의 72%가 APEC 국가로 향하고 있다. 이처럼 APEC은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모여 있는 지역이고 한국을 대외적으로 홍보하고 경제적인 실리를 취할 수 있는 통상외교의 장이다. 특히 한국은 1989년 APEC 창설에 직접 참여한 12개국 중 하나다. 미국·중국·일본 등 경제 강국들과 여러 신흥개발국이 함께 참여하는 회의인 만큼 선진 신흥국의 대표주자로서 한국이 리더십을 발휘할 여지도 크다. 우리가 APEC의 발전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이번 발리 APEC 회의가 세계경제 회복에 강한 지지대 역할을 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에 기여하기를 기대하는 건 그래서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