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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석 <교수> 이규희 <대한 어머니회 총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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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사회 개발을 위해서는 여성 운동이 올바로 진행되어야 할겁니다. 여성 운동을 우리 남성들이 먼저 나서서 해줄 처지는 못되더라도 그들 스스로가 자각하도록 장려는 해줘야 할 것 같아요.』 어느 가정이라도 주부가 가정 밖의 일을 하려면 남편의 배려가 관건이 되지만 김의석씨 (수원 삼일 실업 고등학교 교사·상업 담당)와 이규희씨 (대한 어머니회 총무) 부부에게 있어서는 아내를 여성 지도자로 기를 만큼 부군의 이해가 깊다.
이규희 여사가 둘째딸 소운양 (6)을 낳고 65년 처음으로 대한 어머니회 산하 기관인 한국여성 소비 조합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부터 남편의 권고에 힘입은 것이었다. 원래 제주 대학에서 상학을 전공했고 서울여대에서 학생 소비 조합 관리 지도를 맡고 있었던 부군이 『대부분의 소비 담당자가 여성이므로 소비자 운동은 여성들이 맡아야 성공할 것』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 이 여사는 소비 조합 일을 맡아보다가 지난해 3월 대한 어머니회 총무로 선출되어 사실상의 어머니회의 주역을 맡고 있고 딸도 둘이 늘어 4자매를 거느리는 어머니가 되었다. 더욱이 2년 전에는 부군의 전근으로 수원에서 서울로 매일 출퇴근을 해야하는 힘겨운 일과를 보내고 있다.
『아이들은 시어머님이 돌보십니다. 가정을 등한시하게 되는 것이 안타깝고 무엇보다도 남편과 아내가 서로를 기르고 형성해 줄 수 있어야 할텐데 내가 그 일을 해내고 있는지 여부가 가장 큰 의문』이라는 이 여사의 말이다. 『집에 돌아갔을 때 아이들이 소리치며 줄지어 나오는 것을 보면 미안하고 반갑지만 아이들을 엄하게 다스리는 편이죠.』 옳고 그른 것은 어려서 배워야 하므로 잠시 만나는 동안 하루 일과를 따져서 잘잘못을 가려 주어야하기 때문이다.
자매들끼리 잘 어울려 놀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은 없어도 정서 생활을 위해 장미를 가꾸고 강아지도 기르고 녹음기를 새로 장만해서 음악 공부도 시킨다. 그리나 아버지 김의석씨가 가장 만족하게 생각하는 것은 『꼬마들이 어려서부터 종교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직은 이상주의자』라고 자처하는 김의석씨는 오랜 신앙 생활 (기독교)을 통해 얻은 확고한 생활관이 오늘의 행복한 가정 생활을 이루는 기반이 되었음을 강조한다. 「딸만 넷을 가졌지만 생명은 인위적인 것이 아니므로 만족한다』면서 모두 곱게 길러 어느 곳에 가나 원만히 조화될 수 있는 여성으로 기르고 싶다고 말한다.
『평소에는 몰라도 학교에서 행사가 있을 때 어머니가 와주지 않아 무척 서운하다』고 맏딸 태원양 (11·수원 남창 국민학교)이 불평을 말한다. 토요일에도 함께 지내지 못할 만큼 분주한 가족이지만 일요일만은 모두 수원 영화 감리 교회에 나가 예배를 보며 가족들만의 시간을 보낸다. 『이때가 우리 가족에게는 여러 면에서 중요한 시간이 예요. 함께 모일 수 있고 또 예배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 여사의 말이다.
같은 고향 (청주)에서 때어나고 자라나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귀어 왔던 이들 부부는 「소비자 보호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도해 보려는 희망을 오래 전부터 품어왔다. 부군이 근무하는 수원 삼일 실업 고등학교가 공과 신설을 마치게되면 서울로 돌아와 「소비 조합 운동」을 다시 시작할 방침이다.

<정영애 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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