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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36년 "후회란 없다"-대통령표창 받은 장지섭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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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2일 대한교련의 제28회 대의원대회에서 특별공로상과 대통령표창을 받은 장지섭씨(59·의정부중교사)일가는 13명이 교단에 종사하는 교육가족이다. 전국15만 교육자 중 17명이 받은 이번 상은 지난12월5일 국민교육헌장선포2주년에 그의 형님 장인상씨(강원 퇴곡국교장)가 국민훈장모란장을 받은데 이어 두번째 닥친 경사였다.
『어릴 때 형님 반에서 학생으로 있으면서 형님을 형님으로 못 부르고, 선생님이라고 집에서도 불렀읍니다.』노는 것도 학교가 무대였고 놀이도 학교놀이를 했다. 할 수 있는 일은 교육이라고 생각했고 후회 없이 36년 교단을 지켜왔다. 『앞으로 36년 교단생활을 해야한다면 아마 좀 당황할지도 모른겠읍니다.』지나 놓고 보니 어쩜 그렇게 세월이 빨리 지나갔는지 모르겠다고 지난날을 회상한다.
경성 제2고보(현 경복중)를 졸업하고 경성사범 강습과를 마친 그가 처음 부임한 곳이 강원도 준양국민교였다. 그때만 해도 결혼한 아동(?)들이 많았다. 『한번은 숙제를 안 해온 학생에게 사유를 물었더니, 아들놈이 찢어 버렸다는 거예요. 나는 미혼이었으니까 아버지로서는 나보다 앞선 사람이구나 생각했죠.』 그러면서 가장으로서의 문제를 같이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게 36년전이다. 그때 장씨가 처음 졸업시킨 학생들 가운데 유형종씨(동아제약 상무)등 17명은 지금도 월례모임을 갖고 옛 스승과 동심의 세계를 회고한다.
각계의 제자들이 시국방담을 하면서 그 옛날의 어렸던 스승, 지금은 늙은 노인을 찾아줄 때 교육계에 있었던 「보람」을 그는 한껏 느낀다.
『한 분 계신 형님과 내 가족이 모두 교육계에 있는 셈이죠.』사위와 며느리를 합하여 두 집에서 19명의 식구가 있고 군복무나 학생이외는 모두가 초·중·고의 교사다. 『앞으로 사위나 며느리도 교육자로 구할 생각입니다. 탈선이 가장 적은 것 같아요』라면서 짓는 그의 웃음은 「근엄」보다는 「천진」이다.
부인 강근숙 여사까지도 전직교사인 그의 집에 큰집 식구까지 모이는 날이면 방안은 흡사 교직원 회를 방불케한다. 『그땐 나도 평교사가 됩니다. 이야기는 모두 교육문제죠. 중학교문제면 내가 아는 척하고 국민교의 문제는 형님이 대답을 하게됩니다.』 때로는 공동작업으로 과제를 하기도 한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대로 실천하기가 힘들죠. 그러나 잘못하다가는 공격을 받습니다』 학교생활과 가정생활이 일치해야 한다는 것을 그는 절실히 느낀다.
여자의 의견도 존중해야한다고 가르치고 집에서 그러지 못할 때 반격을 받기도 한다. 『낙도에서 고생하시는 선배교사들이 많은데 내가 이런 상을 받게되어 송구스럽다』는 그는 30여년 그를 지탱해온 교육관을 말하기에 앞서 이 영광을 전국 15만 교육자에 돌리고 싶다고 한다. 『참다운 인간교육이 오늘의 한국에서 필요합니다. 지식은 교사가 아니라도 가르칠 수 있는 일입니다. 「한국인」을 교육시키는 일이 교사의 사명일 것입니다.』 물욕이나 직위에서 초탈했던 그의 36년 교직생활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이런 생각으로 그는 교단을 지켜 나가겠다고 다짐한다. <권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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