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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후 12년만에 국제유가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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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제 유가의 오름세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26일(이하 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가격은 장외시장에서 배럴당 38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약 80% 높은 수준이며, 지난 3개월 동안 무려 43%나 오른 것이다.

WTI의 역사적 최고가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직후인 1990년 10월 10일 배럴당 41.15달러였다.

시장에서는 이제 유가 40달러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으며, 세계 경제의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일고 있다.

◇유가상승 계속되고=세계 최대의 석유 소비국인 미국의 수급 상황이 나쁜 데다 이라크 전쟁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미국 에너지부는 원유 재고량이 2억7천1백90만배럴로, 1년 전보다 14% 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베네수엘라의 파업으로 원유 수급이 계속 차질을 빚고 있는 것도 유가 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다. 파업은 끝났지만 현재 베네수엘라 석유 생산량은 파업 전의 3분의 2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또 예년보다 북반구의 겨울 기온이 낮아지면서 난방유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도 석유 소비국들의 재고부족을 부채질하고 있다.

현재 국제 원유시장에서는 이라크전쟁 발발 후 최소 2주 이상 기름값이 오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JP 모건의 에너지 애널리스트인 폴 호즈넬은 "단기적으로 시장에서 배럴당 40달러 돌파를 막을 만한 요인이 별로 보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골드먼 삭스는 "이라크전이 조기에 끝나도 유가는 향후 1년간 27달러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경제 부담 커져='고(高)유가'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예상 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골드먼삭스는 26일 보고서에서 "고유가 기조가 걸프전 때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라며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이 조만간 원상태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세계 경제는 사상 최악의 원유 파동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회사는 "특히 한국의 경우 올해 4.5%의 성장률이 예상되지만 국제 유가가 WTI 기준으로 배럴당 35달러선을 계속 넘을 경우 성장률이 0.7%포인트 떨어져 3%대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LG경제연구소도 "이라크전이 단기전으로 마무리돼도 경기회복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가가 10달러 오르면 세계경제는 0.6% 위축된다고 분석했다.

임봉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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