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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 일로…동서교역-해빙 「무드」속 세계적 추세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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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동서해빙「무드」에 따라 60년대 초반부터 싹터온 서구권과 동구권의 교역확대추세는 70년대에 들어서면서 남미와 「아시아」각국에까지 번져 그 무대가 범세계적인 것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최근 「캐나다」와 「이탈리아」가 중공을 승인한데 이어 지난 6일에는 남미의 「칠레」가 이에 뒤따랐고, 일본도 대 중공교역확대의 움직임을 보여 동서교역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한편 이를 전기로 세계의 무역구조에까지 재편의 움직임이 표면화하고 있다. 동서무역이 설립될 수 있는 원인은 양대 세력권의 이해가 일치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정치적으로 볼 때는 미소의 평화공존체제와 EEC결성에 의한 서구의 세력확대를 들 수 있으며, 경제적으로는 공산국 시장을 개척하려는 서방측의 욕구가 새로운 기계·기술을 도입해야 할 공산 측의 필요성과 합치된다는 배경이 있다.
60년대의 동서무역은 「호루시초프」의 방미를 계기로 동서긴장이 완화됨에 따라 급속히 확대됐다.
62년의 「쿠바」위기이후 미국이 소련에 소맥을 수출하자 영국을 비롯한 서구 각국이 뒤를 이어 공산권 시장개척에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60년대의 동서무역은 63년 이후 66년까지 세계무역 신장률을 상회하는 10%선을 기록했다가 67, 68년은 공산권의 역내무역증가로 한때 4%선까지 떨어졌으나 동서접근의 움직임에 따라 앞으로는 계속 확대되리라는 전망이다.
동서무역의 상품구성은 서방측이 화학제품·기계류 등 공업제품을 수출하는 반면 공산 측은 원재료·광물성연료 등 1차 산품이라는 「패턴」을 갖고있다.
공산권은 공업화중점시책으로 기계 및 철강재수요가 증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물자의 교역뿐만 아니라 합작투자 등의 경제협력단계에까지 발전하고 있다.
그 구체적 형태를 보면.
▲하청생산계약=서방측의 「노하우」를 토대로 공산 측이 반제품을 생산, 이를 서방측에 인도하는 것. 「폴란드」가 영국기업과 주철반제품, 불란서와 섬유기계, 서독과 전기냉장고부품, 이태리와 「트랙터」부품공급계약을 각각 맺고 있다.
▲공동제조계약을 체결, 그 제품을 서로 교환한다. 「오스트리아」와 「헝가리」간에 「롤」제품을 교환하는 것 등이다.
▲부품생산을 전문화하고 이를 교환, 조립하여 완성품을 만든다.
▲제삼국시장에서의 판매협력=서독「시멘스」와 「헝가리」가 「렌트겐」부품을 공동생산 판매하는 것 등이다.
이처럼 동서가 접근하는 이유로는 ①대 공산권 수출통제정책의 변화=전략상품의 대 공산국 수출을 규제한 「코콤·리스트」(49년11월 성립)가 54년 이후 매년 완화되고 있다.
②미국의 대 공산권 무역정책변화=미국 안의 투자기회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대 동구권 자본진출이 소망스러워지고 「닉슨」의 외교전략도 이와 일치되어 각종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
③서구각국의 적극진출=영·서독·불·이 및 EEC가 공산권진출에 경쟁을 하고있다.
④동구권의 경제개혁=기업의 자주성부여, 이윤제도입 등 경제개혁을 하면서 당지령 경제에서 탈피하여 서구의 설비, 기술을 받아들이고있다는 점등을 들 수가 있다.
이러한 동서무역의 확대추세는 필연적으로 「아시아」최대의 잠재시장인 중공의 문호개방을 기대하기에 이르렀으며 이것이 현실적으로는 중공승인의 움직임으로 표면화하고 있다.
반 공산의 선두에 서서 중공을 국제무역으로부터 고립시키려던 미국도 동구권을 통한 간접무역을 허용하는가하면 기타 서구각국은 이미 정식으로 교역을 하고있는 것이 지금의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반공국가이던 「필리핀」과 태국도 중공과의 통상을 희망할 정도로 전후20여년에 동서공존 「무드」는 절정에 이른 느낌이다.
올해 들어 나타난 동서교역확대의 징후들을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4일=태국이 중공을 포함한 공산국과의 쌍무 교역검토 ▲6일=「칠레」의 중공승인, 일본자동차회사가 「쿠바」에 조립공장 ▲7일=「필리핀」이 대 중공차관을 교섭(중공은「파키스탄」에 2억불의 20년 장기차관을 제공한바있다)하는 한편, 소련과의 외교·통상접근책 모색 ▲13일=일본국제무역 증진협도 주4원칙 엄격 적용, 일본은 7월1일부터 실시되는 대 후진국특혜관세를 중공에도 적용검토 ▲15일=일본 원화를 중국 원화와 직접 결제키로, 희납이 중공과 80만 불의 교역결정 ▲15일=동독은 일본에 경제사절단파견 발표.
이러한 세계추세에 따라 한국도 적성국가 아닌 공산권과의 교역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 작년 말에 무역 법을 개정하여 교역의 길을 터놓았다.
그리고 비 전략물자를 동구권과 교역할 수 있는 소지를 마련키 위해 정부는 동구시장조사단을 파견하고 무역진흥공사로 하여금 이 문제를 전담케 할 것을 구상하고 있다.
지금의 상태로는 민간의 진출을 허용하려면 문젯점이 많기 때문에 부득이 이 같은 조치를 취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무공이 담당한다해도 동구권의 교역 및 결제방식이 우리나라의 조건과 부합될 때까지는 잠정적으로 서구의 제3국을 통한 삼각무역방식이 모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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