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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쓰던 복지잣대 '소득인정액' … 기초연금엔 다른 기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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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5일 기초연금 실행 방안을 발표할 때 ‘국민연금 연계’의 당위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설명 자료의 상당 부분을 ‘소득인정액 연계’의 문제점을 부각하는 데 할애했다. 모든 65세 이상 노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하면 이런 문제는 없지만 재정 형편상 소득하위 70% 노인으로 제한하고 그 안에서도 차등 지급하려다 보니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복지부는 당초 소득인정액에 연계해 기초연금을 차등화하려 했으나 지난달 초 청와대 논의 과정에서 국민연금 연계 방식으로 바꿨다.

 소득인정액은 소득과는 다르다.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해 근로소득 등과 더한다. 가령 재산이 2억800만원짜리 아파트일 경우 여기서 1억800만원(대도시 기준)을 공제하면 1억원이 남는다. 이의 0.417%인 41만7000원을 월 소득으로 간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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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부는 “소득인정액에 연계할 경우 연금 연계 방식에 비해 돈이 많이 들고 기초연금 최고액(20만원) 수령자가 줄어드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에 연계하기로 했다”고 설명한다. 연금 연계 시 2040년에 99.8조원이 든다. 반면 소득인정액에 연계하되 소득하위 30%에게 20만원을 지급하고 그 위로는 10만~20만원을 지급할 경우(①안) 88조6000억원이 든다. 정부안보다 적게 든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노인의 63%에게 20만원, 그 위로 10만~20만원을 지급(②안)하는 것으로 가정해 106조9000억원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초연금 최고액(20만원)을 받는 수령자를 비교할 때는 입장을 바꿔 ①안(152만 명)을 내세우며 국민연금 연계안(353만 명)보다 훨씬 적다고 설명했다. 만약 ②안대로 하면 353만 명이 20만원을 받기 때문에 소득인정액으로 해도 20만원 수령자가 차이가 없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정부가 국민연금 연계안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다른 통계를 갖다 쓴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앞으로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늘면서 제도가 성숙할 것인데, 이를 충분히 반영하려면 국민연금 연계 방식이 더 낫다고 설명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소득인정액에 국민연금이 포함되기 때문에 국민연금 제도 변화를 반영할 수 있다.

 소득인정액은 국내 복지제도의 근간이다. 2003년 도입 전까지 소득과 재산 별도의 기준을 운영하다 보니 소득은 얼마 안 되는데 재산 기준이 살짝 초과해 혜택을 못 보는 경우가 속출했다. 국내 복지제도의 핵심 기준은 최저생계비다. 재산에서 5400만원(대도시 기준)을 뺀 나머지 가액의 1.04~4.17%(금융재산은 6.26%)를 월 소득으로 잡는다.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기초수급자를 선정하고 생계비·의료비·TV수신료 등의 140여 가지 혜택이 나간다.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 대상자 등 복지부를 제외한 16개 부처 20여 가지의 복지제도의 잣대로 소득인정액이 쓰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금연구센터장은 “기초연금을 소득인정액에 연계하면 대상자가 줄어들어 중장기적으로 재원을 아낄 수 있을 게 아니냐”며 “거기서 절약하는 돈을 노후 빈곤 해소에 더 써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소득인정액의 문제점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인의 경우 소득은 없고 집만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소득인정액에 연계하면 기초연금 액수가 줄거나 탈락자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정책연구원 박순일 원장은 “노인의 소득에 연계해 기초연금을 지급해야 노후 빈곤 해소라는 취지에 맞다”며 “선진국처럼 거주하는 집은 빼는 게 맞는데 그게 힘들다면 최소주거기준을 설정해 그만큼은 아예 빼줘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도 기초연금을 소득인정액에 연계할 경우 재산공제기준 상향 조정 등의 대안을 연말까지 마련하려 했으나 국민연금 연계 방식으로 바뀌면서 없던 일이 됐다.

신성식 선임기자, 장주영·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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