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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진영은 출당감" … 민주당 "콩가루 집안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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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0일 오후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울 계동 보건복지부 청사에서 이임식을 마친 뒤 차에 타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진 장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뉴스 1]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오후 2시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자 진 장관의 이임식이 4시간30분 뒤 속전속결로 열렸다. 이날 오후 6시30분 열린 이임식 시간은 5분 정도에 불과했다. 별도의 원고를 준비해오지 않은 진 장관은 이임사에서 “가장 먼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믿고 맡겨주신 대통령께도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을 밤새워 가르쳐준 복지부 직원들에게도 고마움을 이루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진 장관은 기초연금에 대한 고집은 꺾지 않았다. 취임 초기 국민연금공단을 방문했던 일화를 언급하면서 “당시 ‘건의사항이 있으면 해보라’고 했더니 ‘기초연금과 연계만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만 했다. 이제 그분들에게 아무 할 말이 없다. 장관으로서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얘기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분이 비난을 하고 손가락질하는 것, 저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 될 것이다. 여러분이 제 뜻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믿고 물러나려고 한다”고 이임사를 맺었다.

 그러나 1일부터 국회로 돌아갈 진 장관을 향해 그와 한솥밥을 먹었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황우여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무회의의 일원인 장관은 정부안으로 의결된 정책을 수행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며 “진 장관의 이런 처신은 모든 공직자들에게 바람직하지도 않고 모범도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라디오에 출연해 “이렇게 무책임하게 집어던지고 그만둔다는 게 도대체 장관으로서 자격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자기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공적인 업무를 저버리는 것 같아 아주 실망했고 아주 섭섭하다”고 했다.

 그는 “임기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공약이 이해가 잘 안 된다고 해서 그만두겠다면 애초에 장관직을 맡지 말았어야 하고 인수위에도 들어가지 말았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아주 못된 행동, 못된 양반”이라는 표현도 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선 진 장관에 대해 “출당감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고 당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민주당은 진 장관 개인보다 박근혜정부의 ‘인사 사고’에 초점을 맞췄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중지란(自中之亂)인지 콩가루 집안인지 국민들 보기에 민망하다”며 “지금까지 측근 보직 인사 말고 대통령이 인사로 보여준 국정철학은 무엇이었느냐”고 물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라디오 방송에서 “(양건) 감사원장은 ‘토사구팽’(兎死狗烹 ·토끼를 잡은 뒤 사냥하던 개를 삶아먹음)했고, (채동욱) 검찰총장은 ‘찍어내기’했고, 복지부 장관은 ‘가출’을 했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당은 이날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진 장관 문제를 놓고 논란을 벌였다. 복지위 위원장인 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진 장관이 불출석한 상황이 유감”이라고 하자 민주당 간사인 이목희 의원은 “대통령과 정치적 동지로 보이는 주무 부처 장관이 내놓은 안이 관철되지 않고 청와대의 일방 지시로 이런 일이 벌어진 데 대해 소명할 필요가 있다”며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의 복지위 출석을 요구했다.

 이에 새누리당 간사인 유재중 의원은 “청와대를 참석시키자는 것은 이를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맞섰다. 진 장관을 대신해 복지위에 참석한 이영찬 차관은 “가입 기간이 길어져 기초연금이 줄어도 국민연금으로 추가 이익이 있기 때문에 결코 손해보는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정부가 제시한 총연금 표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11년간 가입한 사람이 (만 84세까지 생존해 만 65세부터) 20년간 기초연금을 받는다면 4800만원을 수령한다. 반면에 20년 가입하면 3700만원, 30년 가입하면 2400만원을 받게 된다”며 “논의의 핵심은 ‘개인이 불입한 돈보다 더 많이 받으니 손해볼 게 없다’는 게 아니라 ‘원래 받기로 돼 있던 돈보다 적게 받는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소아·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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