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부산공장서 닛산 '뉴 로그' 생산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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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는 내년부터 부산공장에서 닛산의 신형 ‘로그(오른쪽)’ 8만 대를 생산하기로 30일 닛산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진 왼쪽부터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 사장, 콜린 닷지 닛산 북미총괄 부회장, 질 노만 르노그룹 아시아·태평양총괄 부회장. [사진 르노삼성]

르노삼성자동차가 내년 하반기부터 부산 공장에서 닛산의 크로스오버 차량인 ‘로그(ROGUE)’ 후속 모델을 생산한다. 이를 위해 르노삼성은 부산공장에 2억 달러(2400억여원)를 신규 투자해 생산 설비를 확충했다. 판매 부진으로 한국 철수설에 시달렸던 르노삼성이 우려를 불식하고 수출 생산기지로의 변화를 꾀하는 모양새다.

 르노삼성은 30일 부산공장에서 콜린 닷지 르노-닛산그룹 북미지역 총괄 부회장과 질 노만 르노그룹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부회장,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로그 후속 모델 생산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부산공장은 내년부터 연간 8만 대의 로그를 생산해 북미지역으로 전량 수출한다. 르노-닛산그룹의 여러 공장을 제치고 로그 생산 계약을 따냄으로써 르노삼성은 그룹 내 생산기지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로그는 닛산이 2007년 선보인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현대의 투싼, 기아 스포티지와 같은 등급으로 르노삼성의 QM5와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다. 닷지 부회장은 “북미 지역 소비자들이 부산에서 생산된 최고의 차를 만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부산 공장의 품질과 생산 능력은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로그 생산으로 르노삼성은 일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지난해 부산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15만 대다. 로그 생산으로 생산량이 50%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프로보 르노삼성 사장은 “부산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매출도 연간 6000억원 정도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부품 국산화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프로보 사장은 “현재 77% 수준인 부품 국산화율을 8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로그 후속 모델 역시 한국 부품을 많이 사용해 국내 부품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르노닛산 측은 부산에서 생산할 로그를 국내 시장에 판매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추가 고용 계획도 당분간 없다.

 로그의 부산공장 생산 결정에는 지리적 이점도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닷지 부회장은 “부산은 세계 최대의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 모두 가까운 곳이기 때문에 전략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며 “이번 로그 생산으로 부산공장의 공급 역량을 입증하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한국이 단순 생산기지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빈약한 국내 라인업을 다양화할 방안이나 내수 점유율을 끌어올릴 전략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프로보 사장은 “르노삼성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국내 시장”이라며 “지금의 시장점유율로는 차종 다양화가 어렵기 때문에 이를 타개하기 위해 로그 프로젝트도 진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량을 늘리고 덩치를 우선 키운 다음 튼튼해진 체력을 바탕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는 “르노삼성은 향후 차종 라인업을 보강하고 고사양 엔진을 보급하는 등 중장기적인 한국 시장 점유율 확대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쌍용차에도 밀려 국내 5위로 추락한 르노삼성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기업회생 차원에서 한국 직원의 14%인 800여 명을 희망퇴직 조치했다. 올해 초 앞으로 5년간 8조원을 투자해 신차 6종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한국GM이나 800억원 투자 계획을 밝힌 쌍용차와는 달리 뚜렷한 투자 계획을 내놓지 않아 투자 의지가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부산=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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