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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계열사니 믿고 투자하라더니 … " 투자자 망연자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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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동양그룹은 30일 ㈜동양, 동양레저 및 동양인터내셔널 등 3개 계열사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날 오후 서울 명동 동양증권 로비에서 고객들이 ATM을 이용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동양그룹 채권·주식 투자자들이 대혼란에 빠졌다. 지난달 30일 동양그룹 3개 계열사(㈜동양·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설마’하던 투자 손실이 현실화되고 있어서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들 3개 계열사 채권 투자자는 일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날 동양그룹의 다른 계열사인 동양증권(13.99%)·동양시멘트(7.43%) 주가는 급락했다. 한국거래소는 시장 충격을 우려해 ㈜동양과 추가 법정관리 검토설이 돌고 있는 동양네트웍스의 주식 매매거래를 정지했다. 하지만 매매 정지가 풀리면 이들 기업의 주가도 크게 내릴 가능성이 크다. 거래소는 이달 중순쯤으로 예상되는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뒤 매매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동양증권과 소비자단체에는 고객 문의가 빗발쳤다. 동양그룹 채권의 불완전판매 소송을 준비 중인 금융소비자원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에만 1000여 건을 비롯해 5일간 3000여 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대다수는 “동양증권 계열사니까 믿고 투자하라” “연 7% 이자 주는 예금이나 마찬가지”라는 동양증권 직원 말을 듣고 투자했다는 내용이다. 이와는 별도로 금감원은 이날부터 불완전판매신고센터를 만들어 앞으로 두 달간 피해신고를 받기로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들 3개 계열사가 동양증권을 통해 발행한 회사채·기업어음(CP)은 총 1조3313억원으로, 투자자는 4만2671명이다. 개인투자자 비중은 금액으로는 1조2294억원(92.3%), 투자자 수로는 4만2358명(99.3%)에 달한다. 동양시멘트 등 다른 계열사를 모두 합치면 총 채권 발행액은 2조2000억원, 투자자는 4만9000명으로 늘어난다. <9월 27일자 B1면>

 이들 회사채·기업어음(CP) 투자자는 전례를 볼 때 상당한 원금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법정관리에 간 대기업 중 LIG건설 채권 투자자는 원금의 30%, 웅진홀딩스는 70%를 돌려주기로 법원이 결정했다.

게다가 통상 10년 정도의 장기간에 걸쳐 분할 상환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가 실제 보는 피해는 더 크다. 한 대형증권사의 채권 담당 애널리스트는 “웅진홀딩스는 자회사인 웅진코웨이가 비싼 값에 팔린 덕에 많은 돈을 돌려받게 된 이례적인 경우”라며 “대개는 절반 이상의 원금은 손해 볼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불완전판매 소송에서 이기면 증권사로부터 별도로 투자금의 일부를 더 받아낼 수 있다.

LIG건설의 경우 현재 일부 고령층 투자자에 한해서 고등법원이 CP 판매사인 우리투자증권에 대해 “투자자에게 투자금의 30%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상태다. 하지만 대법원 최종심에서 회사채·CP의 불완전판매가 인정된 경우는 아직 없다.

 3개사의 투자자들이 얼마나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결정될 전망이다. 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법원은 3~6개월 뒤에 회생 여부를 결정한다.

회생 결정이 나면 자회사 매각 자산과 향후 예상 이익을 합쳐 채권자의 손실 비율을 결정한다. 반대로 청산 결정이 나면 회사의 부동산과 같은 자산을 모두 팔아 채권자가 똑같이 나눈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생 결정이 나야 투자자들의 손실이 줄어들 수 있다”며 “청산하면 채권은 거의 휴지조각이 되기 때문에 돈을 거의 돌려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글=이태경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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