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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박대통령은 11일 연두기자회견을 갖고 안보·통일·경제등 정국의 제반영역에 걸쳐서 새해의 정책구상을 밝혔다.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밝힌 소신들은 비록 『의회에 대한 교서』의 형식을 취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향후 1년간의 정부정책 구상의 대강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므로 사실상 연두교서나 다름이 없는 것이고, 때문에 국민적입장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대통령은 국제정세의 변동에 언급하면서 『국력을 배양하는 길만이 북괴의 남침에 대한 최선의 대응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진영국가들의 중공에 대한 승인 및 지지의 증가, 그리고 미국의 「닉슨·독트린」의 실천적 전개등이 미국의 안보 및 통일문제해결에 있어서 우리의 주체적역량증강을 필수 불가결한 과제로 「클로스업」시키고 있다는 것은 오늘날 식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은 바로 이 사실을 지적하면서 국민의 정신무장, 국군의 정예강화, 예비군의 전력강화, 안보외교의 강화로써 국력을 배양해 가지고 우리앞에 어떤 시련이 닥쳐 오더라도 이를 능히 대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정부와 국민은 합심협력해서 대통령이 말한 국력을 키우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줄로 안다.

<주월국군의 단계적 철수>
박대통령은 통일문제에 언급, 『작년 8·l5에 밝힌 평화통일의 원칙은 지금도 유효하며, 그때 제시한 선행조건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한다』고 했다. 북괴가 8·15 평화통일원칙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김일성일당이 국제적으로 폐쇄적인 환경속에서 전무후무한 일인전제체제를 세워놓고, 또 그러한 전제체제를 지속키위한 수단으로서 남침준비에 광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일성의 「스탈린」주의통치와 남침정복정책은 분명히 시대착오적인 것인데, 우리는 우리의 국가안보태세를 철통같이 강화하여 북괴의 남침의욕이 결국에 가서는 한낱 몽상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행동으로 증명해주는 한편, 국내외적으로 활발한 외교활동과 심리작전을 전개함으로써 김일성일인전제체제가 지속할 수 있는 바탕을 밑바닥에서부터 뒤흔들어놓지 않으면 안된다. 8·15평화통일구상은 그 자체로서도 큰 의의를 지니는 것이지만, 우리의 국가적 노력의 목표를 세워가지고 북괴로 하여금 이를 수락치 않을 수 없는 객관정세를 조성하는데 실천적 가치가 있는 것이다.
박대통령은 주월국군 철수문제에 관해 『월남화계획의 순조로운 진행에 따라 단계적인 감축문제가 현재 검토되고 있다』고 처음으로 언명했다. 월남전쟁의 월남화계획은 본격적인 구현단계에 들어섰는데 미국병력의 철수가 과감하게 행해지고 있는 오늘의 시점에서 한국군만 무작정으로 주둔할 수는 없다.
미군철수가 잔류연합군의 안전을 고려하면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주월국군의 안전이 아직 위협은 받고있지 않다고 전한다. 그러나 앞으로 미군철수의 규모가 커지면 주월국군의 안전이 위협을 받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니만큼 우리는 박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주월국군의 단계적 감축을 주장하게 된 것은 시기에 알맞는 조치라고 생각한다.

<부정·부패 색원문제>
박대통령은 『우리사회를 좀먹고 국가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고질적인 병폐가 바로 부정·부패』라 지적하고 그는 간곡한 어조로 이를 숙정하는 투쟁을 꾸준히 벌이겠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부정·부패를 미워하는 박대통령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부정·부패의 뿌리는 너무나 깊은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도 지적했듯이 단시일안에 이를 뿌리뽑기는 어렵다하더라도, 그 발본색원을 위해 꾸준한 성의를 가지고, 건전한 사회기풍을 진작하기 위한 전국민적인 각성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구체적인 경제시책언급>
한편 박대통령은 경제시책에 언급하면서 제3차 5개년계획의 중점을 농업개발·수출증대·중화학공업의 건설로 설정하고 그 실행방안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박대통령은 이날 회견을 통해 구체적으로 ⓛ성장율의 인하 ②재정규모팽창율억제 ③여신율인하등에까지 상세히 언급하고 있는 것은 전례를 깨뜨린 것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이것은 바꾸어 말하면 안정문제의 중요성이 비로소 구체적·공식적으로 반영되었다는 뜻에서 우리는 크게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계획성장율을 8·5%로 고정하고 있는 3차계획이 안정문제를 과연 어떤 방법으로 「매치」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뜻을 받은 실무당국의 치밀한 재검토가 요구된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제2차 5개년계획에 있어서도 당초 계획성장율은 7%이었던 것만을 상기할때, 8·5%의 계획성장율은 2차계획 기간중의 실제성장율보다 낮은 것이기는 하지만 2차계획 성장율보다도 높다는 점에서 안정문제를 주축으로한 경제시책전반의 재검토가 필요함을 뜻하는 것이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박대통령이 밝힌 3차 5개년 계획의 중점사업가운데서 농업개발·수출증대·중화학공업의 건설등이 모두 대단위 투자를 필요로 하는 사업들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한 사실이라 할 것이다. 대단위 투자에는 필연적으로 내외자의 대량투입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므로 안정문제에 충분히 유념하면서 필요한 투자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정부는 이에 관한 방안을 매우 세련된 방식으로 개발해야 할 것이다. 차관원리금 상환단계에 접어든 우리 경제가 한편으로 신규투자재원을 조달하면서 또 한편으로 부실기업의 적출없이 원리금을 갚아나간다는 과제는 매우 힘들 것이므로 그만큼 정부의 더 한층의 치밀한 정책기술이 제고되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연두기자회견을 통해 박대통령이 밝힌 소견들은 그가 우리나라 서정백반에 대해서, 어느 행정부처의 책임자보다도 정확한 지식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난관에도 불구하고 이를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는 확고한 자신을 갖고 있을을 역력히 보여 주었다. 우리는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국내외로부터 유능한 통솔자로서의 정평이 있는 박대통령의 면목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을 기뻐하면서 그가 강조했듯이, 71년 한해가 국민총화를 통해 더욱 전진하는 해가 되기를 기약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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