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공천기준

백남억 공화당의장서리는 7일 기자회견석상에서 오는 20일께 서울을 포함한 공화당의 지역구 공천후보자를 일괄 발표할 것이며, 전국구 공천은 대통령선거가 끝난뒤 직능단체대표를 포함시켜, 후보를 발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부정부패에 관련됐거나 이권운동에 개입한 흔적이 드러난 의원들은 이번 국회의원거 후보공천에서 탈락시킬 방침』이라고 말하고, 『병역미필자, 대법원에서 선거부정의 판결을 받았던 자도 공천심사과정에서 참고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 의장서리가 공화당후보 공천기준을 밝힌 것은 그의 취임후 처음인데 공화당이 어떤 기준에서 지역구 및 전국구 후보를 선정하느냐하는 문제는 선거의 진행과정과 결과에 대해시 다같이 중대 영향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비단 공화당이나 정계뿐만 아니라 전국민적인 관심이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보는바 정당의 공천기준선정의 이상을 밝히면 다음과 같다.
민주선거에 있어서 국회의원 입후보후자의 정당공천은 주로 입후보자의 당선가능성의 다과를 가지고 결정하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그런데 당선가능성이란 어디까지나 가능성이기 때문에 주관적판단이 자아내는 오류를 범할 위험을 면할 수 없는 것이고, 때문에 선거계절이 가까와오면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당선가능성이 더 많다는 이유를 들어, 격심한 공천경합을 벌이게 되는 것이다.
공천에 있어서 최종적인 결정권을 쥐고있는 당중앙선거대책기구의 임무는 경합자들의 정치적 경력·식견·당성·재력 그리고 민중의 지지도를 객관적으로 대비·검토해보고, 그중 가장 당선 가능성이 많은 자에게 공천을 주게 된다. 당선가능성의 검토에 있어서 판단자는 예비투표를 실시해 본다든가, 여론조사를 과학적으로 실시해 본다든가 해가지고, 객관적으로 아무에게나 납득이 갈만한 자료를 가지고 후보결정을 해야하는 것인데, 우리사회에서는 정치현상에 대한 과학적 조사·연구가 심히 미흡한 상태에 놓여 있으므로 당중앙공천기구에 의한 당선가능성 측정도 주먹구구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처럼 당선가능성 측정의 과학적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은 공천결정의 실권을 쥐고있는 지도자들이 후보결정을 하는데 자의적인 판단을 내려도 무방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실은 정반대로 당선가능성 측정의 과학적근거가 빈약하리만큼 공천경쟁 심사자들은 모든 편견과 정실, 파벌적 계보의식을 버리고 당과 또 한걸음 더 나아가 국가를 위해 지극히 공명정대하게 움직여 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당의 공천은 국민의 투표를 가지고 심판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당의 공천을 받았다는 것이 곧 국회의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현하 우리정치과정으로 보아 농촌이나 중소도시에서 여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자나 대도시에서 야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자가 국회의 문턱 수보전의 상태에 놓여있음을 부인 못한다. 이 까닭으로 여당이고 야당이고 간에 국회의원 공천작업은 그 당으로서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공천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현역 국회의원이라하여 우선적인 순위를 인정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부정·부패에 젖었거나 이권운동에 개입을 했거나, 혹은 선거부정소송등으로 사회적인 지탄을 받아온 국회의원은 반드시 공천에서 제외토록 함으로써 보다 더 유능한 인재가 경합을 걸어오는 경우에 있어서는 전임자를 도태시키는데 인색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 국회는 대를 거듭하도록 국회의원의 품위와 지적·도덕적 수준이 저하되고 있다는 평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벌써 오래전부터의 일인데, 여야 국회의원의 질적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도 당내외에서 널리 인재를 구해, 국민적 존경을 받는 인물을 국회에 보내도록 해야할 것이다.
끝으로 여촌·야도의 경향을 타파키위해 여야가 제각기의 입장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당선가능성때문에 여당의 거물급이 되도록 대도시 입후보를 기피코자 하거나, 또 반대로 야당의 거물급이 되도록 농촌지구 입후보를 기피코자 하는 경향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는 듯하다. 여야는 선거대결이 개인대 개인의 싸움이 아니라 정당간의 싸움임을 인식하고 안일한 방법으로 당선이 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