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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연결되는 세상 … 그 흐름은 W·A·C·S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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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호 20면

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주인공처럼 손 동작으로 다양한 정보를 불러올 수 있는 SK텔레콤의 미래주택 전시관 유홈. 

#1. 25일 오후 부산시 해운대구에 있는 종합전시장 벡스코(BEXCO) 205호 콘퍼런스룸. 이날 개막한 ‘IT 엑스포 부산’을 보던 관람객들이 속속 모여들여 400여 좌석을 금방 채웠다. 미 정보기술(IT) 업체 벨킨사의 기술 전문가 케빈 애시턴(Kevin Ashton)의 강연을 듣기 위해서다.

글로벌 IT 메가 트렌드는 …

 그는 “앞으로 센서가 부착된 사물(事物)이 인터넷과 연결돼 각종 정보를 수집·활용하는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 우리 생활과 산업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MIT대의 인식기술연구소인 오토-아이디(Auto-ID) 센터 소장을 역임한 애시턴은 ‘사물 인터넷’이란 용어의 창시자로 불리는 미래기술 전문가다.

 #2. 이달 하순 전면 리모델링을 거쳐 새로 문을 연 서울 을지로 SK텔레콤의 IT전시관 티움(T.um). 이곳엔 가상으로 미래의 집 안을 꾸며놓은 유홈(U.Home)이란 공간이 있다. 안내원이 손을 움직이자 커다란 벽면엔 교통·날씨·경제 정보가 사진과 함께 큼지막하게 떴다. 다시 한번 손을 움직이자 수많은 사진이 비춰졌다가 촬영장소별로 재분류됐다. 유홈은 스마트폰-테이블-벽면이 통신 네트워크로 연결돼 업무를 볼 수 있고 의료·교육·오락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케빈 애시턴이 강조하듯 우리 주변의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미래 주택처럼 몸짓을 인식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런 시대를 겨냥해 삼성전자·애플·구글 같은 주요 글로벌 IT 업체들은 최근 새로운 기기와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관련 연구와 전문가의 분석을 종합하면 새로운 기술의 흐름은 ‘W·A·C·S’로 요약된다. 몸에 착용하고(Wearable), 앱과 주변 기기가 결합한 이른바 ‘앱세서리(Appcessory:application+accessory)’가 등장하고, 남의 것을 빌려 쓰는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이다. 이런 서비스와 기기의 바탕에는 빠른 속도(Speed)가 있다.

갤럭시 기어 스마트폰과 연동해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받을 수 있는 손목형 웨어러블 기기

W 시계처럼 편리하게 사용한다
올 6월 개봉한 SF영화 ‘애프터 어스’에서 주인공으로 나온 윌 스미스는 극중에서 아들의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임무 수행을 지시한다. ‘입는’ 또는 ‘몸에 걸치는’ 기기인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손목시계에서 안경, 허리띠, 의류 형태까지 다양한 모습이 가능하다. 삼성전자가 25일 국내 시장에 내놓은 시계 형태의 갤럭시 기어(Galaxy Gear)가 대표적이다. 갤럭시 기어는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3와 블루투스로 연동해 작동한다. S-보이스라는 음성기능으로 전화를 받거나 걸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오는 메시지, e메일을 받을 수 있으며 카메라로도 사용할 수 있다. 구글이 내놓은 구글 글라스는 현실 모습에다 가상 정보를 겹쳐 보여주는 증강현실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전달한다. 애플도 손목시계형 아이워치 출시를 준비 중이다. 환자의 생체정보를 의사에게 전달하는 미 비보메트릭스사의 ‘라이프 셔츠’ 같은 의류형 제품도 있다.

전문가들은 웨어러블이 아직은 초기단계여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서기만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부족하며 가격이 비싼 것이 문제”라며 “센서를 부착하는 게 아니라 소재의 특성을 활용한 본격적인 의류형 웨어러블 제품은 앞으로 10년쯤 후에야 나올 전망”이라고 말했다.

알버트 스마트폰과 연동해 게임을 즐기고 공부할 수 있는 로봇

A 애플리케이션+액세서리
각종 IT 단말기를 보호하기 위한 케이스나 필름처럼 보조적인 역할에만 머물러왔던 IT 액세서리 용품들도 다기능 애플리케이션과 결합한 ‘앱세서리’의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나이키의 퓨얼 밴드를 손목에 차고 달리면 스마트폰의 건강관리 앱과 연결돼 활동량이나 칼로리, 시간을 기록·관리할 수 있다. LG전자의 휴대용 모바일 포토 프린터 ‘포켓 포토’는 모바일폰과 연결하면 촬영한 사진을 즉석에서 인화할 수 있다. SK텔레콤이 최근 선보인 스마트 로봇 ‘알버트’는 스마트폰과 연동해 수학·경제 개념을 배울 수 있는 가게놀이 게임을 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원격 조종도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2010년 2400억원 수준이던 앱세서리 시장이 올해엔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앱세서리의 확대는 앱 시장의 판도에도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 중심인 현재의 앱 시장이 사용자에게 편리함을 주는 이른바 ‘유틸리티 앱’ 중심으로 바뀔 것이란 전망이다. 박효일 KT 가상재화(VG)기획담당 상무는 “스피커나 필기도구와 같은 전통제품을 스마트폰과 연결한 형태의 제품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인터넷상의 서버를 단말기와 연결해 데이터 이용 가능

C 네트워크 연결 언제 어디서나 사용
회사원 이호정(28·서울 동교동)씨는 회사의 업무용 자료를 보관하거나 내려받을 때는 KT의 U 클라우드 서비스를, 취미생활인 사진 촬영 자료는 애플의 아이 클라우드로 나눠서 이용한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접속해 쓸 수 있어 자주 이용한다”며 “업무용과 개인용으로 나눠서 각기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서버와 연결해 각종 데이터 저장공간을 빌려 쓰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진화도 새로운 흐름이다. 단순히 서버와 연결해 사용하는 기술이 클라우드 컴퓨팅 1.0이라면 최근에는 영화·사진·문서 등의 자료 보관을 넘어 고화질 게임까지 직접 불러내서 할 수 있는 2.0 서비스까지 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장비·서비스를 포함한 전 세계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이 2011년 930억 달러 수준에서 올해 1300억 달러, 2016년에는 2100억 달러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신사를 비롯한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진출도 활발하다. 중소 IT업체 누보원은 최근 30만원대 클라우드용 단말기를 생산해 팔고 있다. 네트워크 연결 기능 외에는 부품을 대폭 줄여 크기도 데스크톱 PC의 4분의 1 수준이다. 임진식 가트너코리아 조사담당 이사는 “대단위 기업 네트워크의 경우 클라우드 서비스를 무조건 따르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며 “보안이나 안정성을 위해 이중 시스템 구축 비용 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 기가급 인터넷망 구축 추진 이동통신망의 최대 속도(150Mbps)는 유선망(100Mbps) 추월

S 속도의 한계를 넘어라
새로운 IT 제품과 서비스의 바탕에는 속도가 있다. 보다 빠르게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트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동통신업체들이 속도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주파수 확보 전쟁을 벌이는 이유다. 현재 이통사의 광대역 롱텀에볼루션(LTE)-A 서비스 속도는 150Mbps(초당메가비트)로 1.4기가 바이트 크기의 영화 한 편을 내려받는 데 2분이 채 안 걸린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이보다 10배 빠른 기가(Giga) 인터넷망을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와 함께 2017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진흥원은 25일 열린 ‘IT엑스포 부산’에서 기가급 인터넷 서비스 시범 전송을 선보였다.

김도훈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웨어러블을 비롯한 IT의 새로운 추세는 모두 언제, 어디서나 빠르게 연결되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이들 기기로부터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트래픽과 데이터 처리, 보안 기술 강화가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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