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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인구편차 3대1, 어떻게 봐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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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국회의원 선거구 간 인구편차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최근 이 문제에 대한 공개변론을 거침에 따라 머지않아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인구비례 비율을 현재대로 3대1로 할 경우 평등선거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도시 집중화 현상에 따른 인구 격차를 선거구 획정에 그대로 반영하면 혼란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2 대 1 넘으면 평등선거 원칙 위반이다

음선필
홍익대 법대 교수

나의 투표가치가 타인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면 어찌할 것인가. 용인할 것인가, 아니면 투표가치의 평등을 요구할 것인가.

 헌법재판소는 2001년 인구편차의 허용 한계와 관련해 ±33⅓% 편차(상한 인구수와 하한 인구수의 비율 2:1)와 ±50% 편차(상한 인구수와 하한 인구수의 비율 3:1) 중에서 “이번에는 평균인구수 기준 상하 50%의 편차를 기준으로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으로 상당한 기간이 지난 후에는 인구편차 상하 33⅓% 또는 그 미만의 기준에 따라 위헌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지금이 헌재가 밝힌 원칙에 따라 위헌 여부를 판단해야 할 때라고 본다.

첫째, 평등선거 원칙에 따라 각자의 투표가치는 동등해야 한다. 각자를 ‘본질적으로 평등한 존재’로 보는 민주주의 사상과 결부된 평등선거의 원칙은 선거의 평등성을 엄격히 요구한다. 평등선거의 원칙은 국민 각자의 학력, 재산, 정치적 능력 등의 사실상 차이에 관계없는 ‘절대적 평등’ 내지 ‘형식적 평등’을 의미한다. 지역구의원은 지역의 땅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을 대표한다. 따라서 지역구의원을 선출하는 지역주민의 투표가치는 원칙적으로 평등해야 한다.

 둘째, 선거구 인구편차를 폭넓게 허용함에 따라 시·도별 지역구 의석수와 인구가 비례하지 않게 됨으로써 지역구 의석을 상대적으로 많이 가진 시·도와 그렇지 아니한 시·도가 생기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구 의석의 불균형적 배분과 지역기반의 정당구조가 결합해 특정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의 과도한 영향력이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있는 셈이다.

 셋째, 선거구 인구편차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영국은 선거구 평균유권자수에 가능한 한 근접하게 선거구를 획정하도록 한다. 미국은 1962년 인구비례를 위배한 선거구 획정을 위헌으로 판결한 이래 선거구 간 인구편차를 좁게 인정하다 83년 선거구간 0.6984%의 인구편차를 위헌으로 판결했다. 프랑스는 선거구 획정이 평균인구의 ±20% 이내에서 이뤄져야 할 것을 요구하고, 충분히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를 설정할 수 있다고 한다. 독일의 경우 선거구 인구수가 선거구 평균인구수로부터 ±15%를 초과해서는 안 되고, 만약 편차가 ±25%를 초과하면 새로 선거구를 획정해야 한다. 일본은 중의원 의원선거에서 각 선거구 인구 중 최다의 것을 최소의 것으로 나누어 얻은 수가 2 이상이 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넷째, 농어촌 지역구 의원수가 그 인구에 비해 많아야 농어촌지역 대표성이 강화된다는 주장은 사실 정확하지 않다. 오늘날 농어촌 지역 이익에 관한 주요 결정이 그 지역의원의 활동보다는 정당의 입장에 따른 당론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 농어촌 지역구의 인구편차를 폭넓게 허용함으로 이익을 보는 곳은 주로 영·호남 지역이라는 점, 설사 폭넓은 인구편차를 허용한다 하더라도 그 이익을 누리는 주체가 그 지역의 주민이라기보다는 실은 그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이란 점을 외면해선 안 된다.

 요컨대 평등선거 원칙과 민주적 대표성에 따른 투표가치 평등의 요구와 세계적인 인구편차 엄격화의 추세에서 볼 때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의 2:1 비율을 넘는 선거구 인구편차는 허용돼서는 안 된다.

음선필 홍익대 법대 교수

지역 균형발전 위해 불가피한 측면 있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

오늘날 대의제 민주주의는 선거에서 선출된 대표에게 국정을 위임함으로써 운영된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제도는 현대 민주주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제도다. 헌법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된 구체적 사항을 법률에 위임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공직선거법은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을 구분해 전자는 지역구를 통해 선출하고 후자는 전국을 단위로 해서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를 위해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설치하도록 돼 있다. 선거구 획정이란 전국을 지역 단위로 분할하는 것을 의미한다. 선거구 획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구수에 따라 선거구를 어떻게 분할할 것이냐다. 선거구를 잘못 획정하면 평등선거 원칙에 위배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선거구 획정의 문제는 선거 원칙의 준수 여부에 그치지 않는다. 유권자와 후보자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로 총선 전 선거구 획정 때마다 논란의 대상이 되곤 한다.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관련해 여러 차례에 걸쳐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재는 선거구 획정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기준은 인구비례의 원칙이라고 했다. 헌재는 1995년 결정에서 선거구 간 인구편차를 4대1까지 허용했으나, 2001년 결정에서는 3대1로 강화했다.

 선거에서 평등은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선거구 획정에도 그대로 적용돼야 한다. 인구편차는 최대한 줄여야 한다. 문제는 모든 선거구를 단지 인구비례에 따라 획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현대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도시로 집중됐다. 그러다 보니 도시와 그 외 지역 간에 인구 격차가 커졌다.

 이러한 이유로 공직선거법도 시·도의 관할구역 안에서 인구·행정구역·지세·교통 기타 조건을 고려해 선거구 획정을 하도록 하고 있다. 선거구 간 인구편차를 2대1 이내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공감하면서도 머뭇거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상에 치우칠 경우 현실적 문제가 도외시되고 혼란만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헌재도 95년 결정에서 “선거구 획정을 위해서는 도시-농촌 간의 인구편차, 지리적 상황, 행정구역, 역사적·전통적 일체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선거구 획정에서 행정구역의 위치나 면적의 크기는 매우 중요한 요건이라 할 수 있다. 인구편차를 무리하게 줄일 경우 지나치게 광범위한 지역이 하나의 선거구로 묶일 수 있다. 국회의원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행정구역의 목소리를 대변하기가 쉽지 않다. “국회의원은 인구뿐 아니라 땅도 대표하는 것”이란 지적에 일리가 있다. 나아가 인구가 많은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선거구가 늘어나면 지역 균형발전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

 물론 헌재 결정이 나온 지 10여 년이 흘렀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상황 변화다. 당시에 비하면 행정구역도 변했고, 인구의 증가와 빈번한 인구 이동이 있었다. 교통이나 시설 등 사회 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도시 중심의 인구 집중 현상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 외 지역의 인구편차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본다.

 인구편차의 기준을 2대1 이내로 맞추는 건 이상적이긴 하지만 현실에 비춰볼 때 합리적이지 못하다. 이러한 현실적 불가피성은 헌재의 판단에도 반영돼야 하고, 반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떤 원칙도 현실을 벗어나 존재할 수 없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