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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파이프라인에 꽂힌 강남 부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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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미국발 셰일가스 혁명이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예상이 대세가 되면서 투자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 국내 자산가들도 가스 관련 인프라 사업을 하는 미국 마스터합자회사(MLP·Master Limited Partnership)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셰일가스 개발이 본격화될 경우 천연가스 값은 떨어지겠지만 가스를 수송·처리하는 인프라 수요는 크게 늘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이다.

 MLP란 셰일 에너지 관련 운송·집적·저장시설에 투자하는 회사를 말한다. 가스를 개발·생산한 뒤 최종적으로 판매될 때까지의 중간 과정, 즉 미드스트림(mid-Stream)에 투자하는 회사다. MLP 투자를 유망하게 보는 이유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환경 이슈 등으로 인해 에너지 인프라 투자가 활발하지 않았다기 때문이다. 현대증권 손동현 연구원은 “천연가스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유통하고 저장하는 인프라 시설은 많이 부족한 상태”라며 “현재로선 미드스트림에 대한 투자 매력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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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LP 투자는 비교적 안전하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원유나 가스 가격의 변동에 영향을 받는 기존 에너지 투자와 달리 MLP사업은 파이프라인이나 저장시설 이용료를 수익 기반으로 삼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정부는 파이프라인 등 인프라 확충을 위해 파격적인 세제 혜택도 주고 있다.

 NH농협증권 FICC팀 배원성 과장은 “MLP들은 미국 세법상 법인세를 면제받기 때문에 매년 5∼6%를 배당할 만큼 배당 성향도 높다”며 “저금리 시대에 자산가들에게 안정적인 투자처”라고 소개했다.

 현재 미국 증권시장에는 MLP업체 100여 개가 상장돼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주로 MLP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채권(ETN)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MLP 관련 ETF는 ‘알레리언(Alerian) MLP’가 꼽힌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15%에 이르고, 하루 평균 거래량이 300만 주나 된다. ‘JP모건 알레리언’이나 ‘크레디트스위스 MLP’ 같은 ETN 상품들도 있다. ETN은 만기가 있는 채권 성격이라 발행사의 신용 위험이 있다는 것이 ETF와 다른 점이다.

 MLP 투자가 자산가 사이에서 인기를 끌자 최근 금융회사들은 관련 상품도 출시하고 있다. NH농협증권은 ‘알레리언 MLP ETF’를 기초자산으로 한 원금보장형 파생결합사채(DLB)를 출시했다. 만기는 1년6개월과 2년으로, 원금을 보장해주면서도 기초자산의 성과에 따라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도 조만간 MLP에 투자하는 파생결합증권(DLS)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은 공모형 MLP 투자 펀드를 준비 중이다.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일부 사모펀드의 경우 미국 비상장 MPL에 투자해 두 자릿수의 배당 수익률을 추구하는 곳도 있다. 주의할 점은 금리가 본격적으로 상승할 경우 MLP 같은 인컴형 투자 매력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단 MLP는 수입이 물가와 연동돼 있기 때문에 리츠나 하이일드 채권과 달리 금리 상승을 어느 정도 헤지할 수는 있다.

윤창희 기자

◆MLP=한 명의 주된 파트너(MP)가 다른 파트너(LP)를 대신해 회사를 관리하는 합자회사를 말한다. 주로 미국의 셰일가스 인프라에 투자하는 회사를 의미한다. 미국 정부는 대체에너지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MLP에 법인세 면세 혜택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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