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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생태서 배운 활로 10개조|중소 기업도 시장 경쟁서 이길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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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기업에 밀려 중소기업의 운영 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생산 단가가 높아지고 기술자를 확보하기 어려운 불리한 여건이 중소 기업의 가장 큰 장애물로 지적된다. 그러나 어차피 기업은 시장 경쟁에서 이겨야 할 숙명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기업 전쟁은 어딘가에 반드시 빈틈이 있게 마련이며 바로 이 빈틈을 파고들어 싸우지 않고 전과만 거두는데 중소 기업의 활로가 있지 않을까-. 적자 생존의 일밖에 없는 동물 세계는 동물 나름대로의 수단과 방법으로 삶을 이어 나간다. 이러한 동물 생태학에서 배운 중소 기업의 활로 개척 작전 10개항을 소개하면-.
①시 스팀으로서의 벌집 작전=제품을 구성 요소로 한 시 스팀 전체를 한 세트로 판매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가구 메이커는 응접 세트가 아니고 응접실을, 자동차 액세서리 메이커는 움직이는 방을 판다는 등의 판매 전략을 말한다. 벌집은 날개보다 하나의 시 스팀으로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②밀착하는 거머리 작전=판매 전망이 좋은 상품에 밀착할 수 있는 종속 상품을 생각해내는 것이다. 코카콜라의 모양이 특이한 병을 고안해 낸「루트·글라스」는「코카콜라」의 번영에 편승, 큰 발전을 이룩했다.
③「넘버·원」을 무시하는「콘돌」작전=자본력이 미약한 중소 기업은 스스로 막대한 연구 개발비를 들여 대기업의「모르모트」가 돼서는 안 된다. 새 제품 개발에서「넘버·원」이 될 필요는 없다. 특출한 새 제품이 나오면 이를 철저히 분석, 조사하여 특허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재 설계하는, 즉 대기업을 모로모트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넘버·드리」로는 때늦다. 콘 돌은 남이 잡은 포획 물로 언제나 포식한다.
④제품 자체가 되어 보는 구관조 작전=그 상품으로 자신이 변신해 보는 것이다. 즉 연필 깎기 디자인을 하는 경우, 자신을 연필로 가정하고 머리부터 깎이는 상태를 연상하면서 연필 깎기의 형태·기능·외양을 여러 가지로 그려보는 방법이다. 구관조가 이상한 소리를 들으면 우선 그 소리를 자신의 목청으로 흉내내 보는 것처럼-.
⑤환경에 따라 색을 변하는「카멜레온」작전=탈공업화·정보화 시대에는 종래의 보수적이며 고정적인 관념의 테두리가 무너진다. 따라서 기성 관념에서 보면 이단시되는 발상도 현대에서는 일반적인 것으로 통용된다. 창조적 파괴가 성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제의 허상이 오늘의 실상이 되는 변화에 즉각 적용하는「카멜레온」의 생태가 필요할지 모른다. 맥주가 병에 담은 것뿐 아니라 생맥주·흑맥주로, 화해가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⑥의표를 찌르는 방울 뱀 작전=서비스업은 서비스 자체가 상품이다.
요즘의 백화점이나 상가, 또는 버스를 보면 친절이란 눈을 씻고 보아도 없다. 이러한 불친절의 풍조 가운데서도 철저한 친절 봉사로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곳이 있다.
말하자면 일상적인 것이지만 실행을 못하는 허점을 객관적인 입장에 서서 냉정히 관찰, 사회 풍조에 역행하여 의표를 찌르는 작전이다. 뱀은 소리 없이 움직이지만 방울뱀은 일부러 소리를 내어 먹이를 잡는데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⑦본거지를 철저히 파고드는 누에 작전=누에는 일단 차지한 뽕잎을 철저하게 파고든다. 호텔업은 멀리서 찾아오는 관광객을 위한 것처럼 착각하기 쉬우나 본고장 손님들을 유치하는데 주력하여 성공할 수도 있는 것이다. 소속한 분야·주어진 여건을 충분히, 그리고 만족스럽게 소화할 수 있는 전략이 없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⑧호랑이의 위엄을 빌리는 여우 작전=이솝의 얘기에 나온다. 박람회다, 벚꽃 놀이다, 기타 전국적인 규모의 행사가 있을 때 이러한「붐」에 편승해서 호경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
최근의 출판계는 전집「붐」이 한창이다. 전집은 책가게에서 사들고 가기에는 너무 부담이 크다.
월부로 집에까지 배달 해주는 업종이 성공을 거둘법하다. 선전은 출판사가 열심히 해주고 있다.
성행하는 계를 이용하여 상품을 판매, 톡톡히 재미를 보는 이른바 소비 조합이란 것도 우리 주위에는 있다.
⑨망을 치고 기다리는 거미 작전=거미처럼 정보망을 쳐놓고 여기에 걸린 먹이를 자기의 것으로 하는 경영 기술이다. 특히 소비자의 불만은 좋은 자료다. 소비자가 지적하는 결점은 메이커가 미처 깨닫지 못한 점에까지 미치는 수가 많다. 부평에 착안하면 제품의 개량이나 새 제품 개발이 가능해 진다.
⑩최후의 결정타에 사는 족제비 작전=RCA는 TV의 원조였다. 하지만 RCA의 아성도 소니의 칼라 TV에 의한 도전에 고전하고 있다. RCA 칼라 TV는 스위치를 넣고 한참 기다려야 하나 소니의 것은 즉각 화면이 나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최후의 일격, 클레이와 보나베나의 대결도 그것으로 승패가 결정됐었다.
족제비처럼 마지막 숨통을 끊는 날카로움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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