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국정원·금감원 등 수사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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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예한 대치 끝에 대북 비밀 송금 특검법이 관철됐다. 이번 특검은 과거 세차례의 특검과 비할 수 없이 묵직한 인사와 권력기관들이 관련돼 있다.

무엇보다 김대중(金大中)전 대통령이 의혹의 한복판에 서있다. 여기에 청와대 박지원(朴智元)전 비서실장, 임동원(林東源)전 특보, 이근영(李瑾榮)금감위원장, 김보현(金保鉉)전 국정원 3차장, 그리고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회장도 등장한다. 청와대.국정원.금감원 등 최고 권력기관이 직접적인 수사 대상이다.

여의도 정가에 미치는 파장도 막대하다. 한나라당은 총선을 1년 남짓 남긴 시점에서 대북 비밀거래 비리가 확인될 경우 대여 공세의 호재를 얻게 된다.

반면 민주당은 내분이 격화될 공산이 크다. 특검을 결사저지했던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구파와, 소극적 태도로 사실상 처리에 동조했던 신파간 감정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검법안의 수사 대상 및 절차=수사대상은 세가지.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현대상선이 산업은행 대출금 중 2억달러를 송금한 의혹▶같은 해 5월 이익치(李益治) 당시 현대증권 회장 주도로 현대그룹 계열사별로 모금한 5억5천만달러 송금 의혹▶같은 해 7~10월 현대전자가 영국 반도체 공장 매각대금 등 1억5천만달러를 송금한 의혹 등이다. 수사대상 송금액은 9억달러인 셈이다.

특별검사는 대한변협이 추천한 2명의 후보 중 한사람을 대통령이 낙점한다. 임명된 특검은 변호사 중에서 2명의 특별검사보와 16명의 특별수사관을 임명할 수 있다. 더불어 최대 3명의 검사와 15명의 공무원을 검.경 및 국세청 등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

특검은 원칙적으로 검사에게 부여된 모든 수사권을 행사하며 대북 송금 관련 사안을 파헤치게 된다. 이때 특검은 조사 과정에서 얻는 수사비밀을 지켜야 하는 '비밀 준수 의무'를 지게 된다. 대신 한차례 중간수사 발표를 할 수 있다.

특검법은 특별검사 선정 및 수사 준비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할 때 본격 수사는 다음달 말께 시작될 전망이다. 당초 한나라당은 최대 1백80일로 수사기간을 잡았다.

그러나 민주당이 "총선을 의식, 기간을 지나치게 늘려잡았다"고 반대하자 한나라당은 1백20일로 단축하는 수정안을 25일 제출했다. 일단 70일간 1차로 수사한 뒤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30, 20일씩 두차례 더 연장할 수 있다.

아울러 '대북 뒷거래'라는 표현도 '대북 비밀 송금'으로 완화했다. 또 '추가로 발견된 사건'도 수사토록 원안에는 규정했으나 이 대목도 없앴다. 경우에 따라 수사대상을 대폭 확대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앤 것이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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