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임박한 시험관아-방한 중 비거스 박사가 말하는 최근 동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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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계의 공통고민인 인구문제를 배경으로 생식생리학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생식생리학은 윤리와 종교적인 문제로 심한 반발을 받고 있다.
특히 시험관아의 가능성은 갖가지 우려를 낳고 있다. 다음은 지난 5일 내한한 생식생리학의 세계적 권위이며 현재 미국 「존즈·홈킨스」대학의 생식생리학연구소장인 「존·D·비거스」박사에게 알아본 시험관아에 관한 최근 동향이다.
인간의 난자와 정충을 시험관 안에서 수정, 발육시키기 위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개시된 것은 1912년부터였다. 동물중 주로 쥐나 토끼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을 본 궤도에 올려놓은 학자는 「핀커스」와 「손더스」이다.
이들이 이루어놓은 업적을 토대로 에드워드는 처음으로 인체를 대상으로 시험관 안에서의 수정실험을 실시하여 금년에 그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또한 약간 불완전한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에드워드의 업적은 시험관아의 가능성에 도전하는 학자들의 꿈을 실현시키기에 충분한 확신의 발판을 제공해주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실험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난소에서 배란된 난자와 정충이 나팔관 입구에서 수정이 되면 자궁에 착상할 때까지 여행을 한다. 보통 3∼4일 걸리는 이 여행이 생식생리학자의 연구대상이 된다.
왜냐하면 정상적으로 수정이 되었다 하더라도 자궁내벽에 착상하지 못하고 유산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특히 나팔관의 비정상적인 발육이나 혹은 어떤 원인으로 나팔관의 폐새이 불임의 원인이 될 때 이를 임신시키는 방법으로 시험관내수정실험이 성행하고 있다.
또 불임의 원인이 남자의 정충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도 시험관내 수정으로 건강한 정충을 찾아내서 임신시킬 수 있다.
난소에서 배란된 난자를 시험관 안에서 성숙시킨 후 남자에게서 채취한 정충과 수정을 시킨다. 수정된 난자가 포배기까지 발육되면 이를 다시 모체의 자궁내조에 이식한다.
이와 같은 일련의 실험이 완전히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2, 3년 안에 실현될 전망은 짙다. 현재 극복해야 할 난관은 수정이 틀림없이 되었는지 의 여부를 가릴 길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진행중인 시험관아의 실험이 완전 성공되면 난자와 정충의 수정을 임의로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적어도 10년 후에는 남녀교접 후 질 내에 사정된 정충을 죽일 수 있는 약물이 개발되리라는 전망이다.
윤리나 도덕적인 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런 점이다. 손쉬운 유산을 방조함으로써 사회질서를 문란케 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식생리학자들은 이런 반대를 한낱 기우에 불과하다고 일축해 버린다. 왜냐하면 학문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류의 복지에 기여함에 있기 때문이다.
핵물리학이 발전하면서 원자탄·수소탄 등이 개발되자 인류는 멸망하고야 말것이라고 떠들어댔지만 오늘날 원자력은 인류의 복지에 기여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조금도 두려워 할 필요가 없어진다.

<비거스 박사의 일정>
▲5일 내한 ▲11일 연세대의대 강당에서 『생식생리와 인구문제』라는 제목으로 강연회 ▲12∼14일 경주관광 ▲16일 『난자형성과 성숙』이라는 제목으로 서울대문리대에서 강연회 ▲19 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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