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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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소련을 비롯한 동구 공산수뢰들은 2일 동부 베를린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한다. 바르샤바 조약기구에 가입한 7개 국가의 당과 정부대표들이 모이는 이 회담은 동구 진영의 대 서독관계 및 백 림 문제, 유럽 안보회의문제 등을 중점적으로 토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구정상회담은 연례적인 것이지만, 이번 회담은 동·서독관계가 크게 달라진 정세 상 배경 아래에서 열린다는데 각별한 의의가 있는 듯 하다. 지난 한해동안 서독-소련간에는 불가침 조약이 맺어졌고, 동-서독은 대화의 길을 계속 유지하여 왔으며, 독-파국장선 문제에 관해서 서독은 오데르-나이세 선을 국경선으로 인정하고 파란과의 관계를 개선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유럽에 이른바 상대적인 안정기를 형성하는데 크게 공헌했다. 유럽의 상대적인 안정이란 것은 동·서구가 무력대결의 자세를 지양하고 현상동결의 기초 위에서 적극적인 평화공존을 시도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것이 유럽의 평화를 더욱 공고히 해주고 있음은 구차스러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동-서구의 해빙의 철의 장막의 효용을 감소케 하고, 동구제국들이 자주적인 입장에서 서방측과 접촉하고 거래할 수 있는 문호를 열어놓는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여기 동구제국이 정상회담을 열어 가지고 대 서구관계- 그 중에서도 특히 대 서독관계를 전면적으로 재조정치 않으면 안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바르샤바 조약기구를 가지고 군사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동구제국을 묶어 놓은 소련은 동구제국으로 하여금 대 서방 협상을 하는 것을 인정하되 그것이 소련의 이익이나 동구권에 대한 소련의 지배권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통제를 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북대서양 조약 기구(나토)는 3일부터 연례동계 각료이사회를 열게되었다. 유럽 안보회의 개최를 위한 바르샤바 조약기구 측의 거듭되는 제의에 대한 대책을 협의하게 된다. 금년 봄에 열렸던 나토각료이사회는 소련 측이 내세운 유럽의 일반적인 안보제안에 대해 그 진의가 무엇인가를 나토 가맹국 정부들이 개별적으로 탐색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한바 있었는데, 이번 이사회는 그 동안에 개별 접촉으로 얻은 정보나 지식을 교환하면서 공동대책을 협의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은 72년 6월까지는 유럽 주둔 미군병력을 현 수준대로 유지하되, 그 후부터는 점차로 병력을 감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미군의 감축은 서구제국의 방위부담의 증가를 필 연케 할 것이다. 여기에도 나토 제국이 회담을 열어 숙 의를 거듭하지 않으면 안될 이유가 있다.
동-서구 두 개의 군사 블록이 공히 무력대결이 아니라, 동서화해 무드를 성숙시키기 위해 각각 회담을 열게되었다는데 오늘의 시대성의 특징을 찾아 볼 수 있다. 동서간의 대결의 수단으로 발족했던 두 개의 집권안보체제가 동-서간에 교량을 놓는 역할을 지니게 되었다는 것은 주로 핵미사일의 포화상태, 그리고 그것이 지니는 전쟁억제력이 작용한 결과인데, 우리는 유럽의 평화를 바라보면서 유독 아시아의 호전주의자들이 아직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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