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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11곳 조직적 입찰 담합 … 4대 강에 나랏돈 1조 더 든 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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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4대 강 살리기 사업에 참여한 국내 대형 건설사 대부분이 조직적으로 입찰 가격을 담합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여환섭)는 24일 4대 강 사업의 보와 둑·댐 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한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및 입찰방해)로 11개 건설사 전·현직 임원 22명을 기소했다. 해당 회사는 현대건설·삼성물산·대우건설·대림산업·GS건설·SK건설·포스코건설·현대산업개발·삼성중공업·금호산업·쌍용건설 등이다. 이 중 삼성물산(2명)과 현대(2명)·SK·GS건설 임원 6명은 구속됐다. 또 현대건설 김중겸(63) 전 사장과 대우건설 서종욱(64) 전 사장 등 18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담합은 현대건설·삼성·대우·대림·GS·SK건설 등 상위 6개 건설사가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계획도 확정되지 않은 2008년 초부터 모임을 결성해 임원들끼리 긴밀한 연락체계를 짜고 서울시내 모 호텔 등지에서 매달 수차례 회합을 가졌다. 일정한 공사 지분을 보장해 준다며 다른 건설사들을 끌어들여 19개 건설사 모임까지 만들었다.

 이들은 2009년 4월 공사가 발주되자 16개 공구 가운데 상위 6개사가 각 2개 공구씩, 포스코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은 1개 공구씩 낙찰 받고 다른 업체들은 ‘들러리’를 서주기로 합의했다. 나머지 2개 공구는 지역 연고가 있는 업체에 넘겼다. 낙동강 하구둑 배수문 증설공사와 영주 다목적댐 공사, 보현산 다목적댐 공사 등 2009~2010년 발주된 다른 4대 강 공사들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담합이 이뤄졌다고 검찰은 밝혔다.

 경쟁을 피한 결과 해당 구간의 낙찰률(공사 추정액 대비 낙찰금액)은 89.7~99.3%로 올라갔다.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일반 가격경쟁 방식으로 입찰이 진행된 사업장의 평균 낙찰률은 64.1%였다. 16개 턴키 공사 구간에 3조8000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된 만큼 담합이 없었다면 1조2000억원가량을 아낄 수 있었을 것으로 검찰은 추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책사업 비용을 효율적으로 지출하기 위해 만든 턴키 입찰경쟁 제도 자체가 완전히 무력화됐다”고 설명했다.

 공사가 이들의 뜻대로 낙찰되기까지 ‘들러리’ 업체의 역할도 컸다. 들러리 업체는 가격도 미리 예정된 낙찰업체보다 높게 써내고, 허술한 ‘B급 설계도’를 만들어 제출했다. 턴키 공사는 가격과 설계 점수를 합해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업체가 수주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B급 설계도 업체에는 정부가 탈락업체에 주는 설계보상금만 지급했다. 낙찰업체가 공들여 만든 A급 설계도 비용의 절반 수준이다. 입찰 참가 업체는 낙찰받지 못할 경우 설계비용 등 손해를 감수해야 하지만 나랏돈으로 헐값 설계도를 만든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탈락업체가 받아간 보상금 293억원은 명백한 부당 수익인 만큼 환수하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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