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테러 거의 진압 …인질들 대부분 구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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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케냐 나이로비 쇼핑몰에서 나흘째 인질 테러극을 벌이고 있는 극단 이슬람 무장조직원들에 대한 진압작전이 24일 막바지에 이르렀다. 인질 대부분이 구출된 가운데 케냐군은 테러범들을 소탕하기 위해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케냐 정부는 23일 밤(현지시간) 인질들을 모두 구출했으며 케냐군이 웨스트게이트몰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또 “용의자 10여 명을 체포했으며 진압 과정에서 테러범 3명이 사망했다”고 했다.

 하지만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은 24일 동틀 무렵부터 쇼핑몰 안에서 다시 여러 차례 총성이 크게 울려 퍼졌으며 교전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번 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는 소말리아의 알카에다 연계조직 알샤바브 역시 웹사이트에 대변인의 음성파일을 올려 “우리에겐 충분한 탄환이 있다. 인질들을 처형하겠다”고 밝혔다. AP는 웨스트게이트몰 내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안보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인질로 잡혀 있거나 몸을 숨기고 있던 민간인들이 대부분 빠져나온 것은 맞지만 케냐군이 아직 현장을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안전금고를 보유한 은행들이 대거 입주해 있는 웨스트게이트몰은 곳곳에 방탄유리로 된 칸막이벽이 설치돼 있다. 또 음식점과 사무실, 상점 등이 미로 같은 형태로 섞여 있어 진압작전이 더뎌지고 있다고 AP는 설명했다.

 아미나 무함마드 케냐 내무장관은 PBS방송에 출연해 “테러범 가운데 미국인이 2~3명, 영국인이 1명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적 테러범들은 미네소타주 등지에 거주했던 소말리아 혹은 아랍 국가 출신이라고 무함마드는 설명했다. 미네소타주는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은 소말리아 이민자가 거주하는 곳이다.

 무함마드는 영국인 테러범에 대해 “전에도 수차례 이런 짓을 저지른 여성”이라고 말해 ‘하얀 과부’로 불리는 2005년 런던 테러범의 부인 서맨사 르트와이트(29)일 가능성을 내비쳤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첩보 당국 관계자 등의 말을 인용해 “사살된 테러범 3명 가운데 1명이 백인 여성”이라며 르트와이트가 사망했는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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