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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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년을 끌다시피 한 여-야의 선거법협상이 끝난 뒤 공화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큰 말썽 없이 합의사항을 사실상 양해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느닷없이 내무위심의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몇 가지 점에 강경한 이의를 달았고 뒤이어 열린 당무회의는 이례적으로 12시간 가까이 뜨거운 회의를 했다. 속기사 등 사무국의 실무자들을 내보낸 채 간혹 고함소리가 오갈 정도로 심각한 문제였는지는 의문이지만 분위기가 심각했던 것만은 사실이다.
이 당무회의를 보고 이상하게 여긴 사람은 오히려 당내엔 없다. 계기가 선거법이었을 뿐, 언제 어떤 문제로든 벌어질 법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또 그 상황의 원인으로는 당 간부들 간의 불협화와 당내 계서가 없는 점이 지적되었다.
12시간이나 계속된 당무회의는 김진만 원내총무에 대한 성토와 두둔으로 발전하는 통에 박-유 회담 전후의 강-온 파 대립이 재연된 듯 싶었다.
당무회의에서 공세를 취한 측은 윤치영 장경순 오치성 씨이며『여-야 합의를 깰 수는 없지 않느냐』고 김 총무의 입장을 두둔한 사람은 백남억 길재호씨. 오히려 김 총무는 입을 다물고 있었으며 김성곤 씨는 장·오 양씨를 따로 만나 설득하고 김택수씨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과열 파를 눌러 앉혔다. 이밖에 박준규 현오봉 이매리 최정기 위원도 각기 의견을 말했다는 것.
회의는 ①문제점 토론 ②일부 간부의 독주에 대한 평소의 불만 ③다시 선거법 개정 점의 마무리라는 3막 극이었는데 그 동안 모 당무위원은『왜 삿대질이냐』고 누군가에 화를 내고 퇴장하려 했으며 윤 당의장 서리는 중도에 청와대를 다녀왔다.
오고간 얘기 중엔 이런 것도 있다.
A당무위원『개정선거법은 여당을 위축시켜 백만 표의 감표를 초래한다는 분석이 있다. 또 이 개정으로 이를 보는 사람은 공화당에서 10∼20명뿐이며 대다수는 불리하다. 부정선거를 하잘 사람은 없다. 그러나 위헌까지 하면서 부당한 피해를 입어야 하는가.』
B『그것은 과장된 얘기다. 협상을 깨자는 얘기고, 평소 불만의 표현 아니가.』
C『불만도 당연하다.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몰랐으니 말이다.』
이래서 협상이 깨진 뒤의 사태에 대한 책임, 공화당의원총회에서 여-야 합의사항을 안 받아들이겠다고 할 때의 책임을『어떻게 하겠느냐』고 서로 공박하기도 했다는 것.
지역구 분할 문제에 대해서도 일부 당무위원은『명분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고 관계 당무위원은『확정된 것은 없다』고 해서 적당히 넘어갔다고 한다.
결국 양쪽은 ①여-야 협상을 깰 수는 없다. ②심의과정에서 문제조항을 보완한다는 선에서 결론을 내려 회의를 마쳤다. 이 결론은 야당의 자극을 피해 여야합의 사항을 그대로 넘겨준다는 얘기로 해석될 수 있으나 당무회의의 논박이 매듭을 지은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이 당무회의 파동은 인사파문을 낳을 지도 모르며 그 시기는 아마 예산국회가 끝날 무렵이 될 것이라는 전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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