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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된 대기로 병드는 호흡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기온의 차가 심한 초겨울엔 감기나 폐렴환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요 몇 년 동안 특히 기관지계통의 질환이 부쩍 늘고 있어 임상의사들은 이것이 도시의 대기오염 등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10여년전만해도 아주 귀한「케이스」로 알고 있었던 기관지확장증도 요즘은 흔한 병으로 되어 버렸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기관지확장증은 급성기관지염의 증세가 자주 반복되는 경우인데 기침이 심하고 가래속에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즉 기관지 자체의 크기가 늘어남으로써 탄력이 없어져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다. 한번 늘어난 기관지에 별다른 치료법이 있을 수 없다. 항생제를 써서 염증을 막는 방법, 또 가능하면 절제수술을 하는 수밖엔 없다고 한다. 기관지 확장이 심해지면 결국 폐를 누르게 되어 폐의 기능을 약화시킨다.
임상의사 이원영씨 (세브란스병원흉곽냇과) 는 『대기오염 때문에만 이런 중세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맑은 공기를 쐴 수 있었던 10여년전 보다는 훨씬 환자가 많아졌으므로 원인중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고 하면서 도시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호흡기 계통기관이 약해졌다고 한다.
도시의 공장지대 등 대기오염의 문제는 여러 방면에서 해가 나타나고 있지만 특히 사람의 호흡기계통엔 민감한 증세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68년5월 「가톨릭」의대조사에서 봐도 잘 알 수 있다.
부산시의 공장지대로 대기오염도가 높은 우암동과 비교적 공기가 맑은 주택가인 대신동을 상대로 그곳 고등학교 학생 각 7백명씩 1천4백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체격이나 영양실태가 두곳이 별차가 없으면서도 학생들이 호소하는 자각증세는 오염지구(우암동) 학생들이 22· 5%로 기침·유누증(눈물 나는병) 호흡곤란을 들고있다. 이는 주택가 학생 (대신동) 보다 기침의 경우 6배가 많은 숫자를 보이는 셈이다.
특히 학년별로 봤을 때 비 오염지구의 학생들은 학년에 관계없이 고르게 10%정도가 위의 증세를 자각하는 반면 오염지구 학생들은 1학년은 14%, 2학년 24%. 3학년 32%로 나타나 오염지구 학교에 오래 다닐수록 기침·유누증· 호흡곤란증세를 더 많이 보인다는 결과다. 즉 대기오염이 인체에 대단한 해를 준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결막염·인후염·편도선염 등도 오염지구가 훨씬 많은 숫자를 보이고있다.
대기오염과 제일 밀접한 관계를 가진 폐기능에서 보면 폐속에 조그마한 그늘이라도 나타나는 사람이 사는 오염지구는 비 오염지구의 두배가 된다. 폐활량도 오염지구 학생들이 훨씬 모자라고있다.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권용표교수는 『대기오염 때문에 호흡기 질환이 높고 사망율도 올라간다든지 폐암이 많아진 것은 이미 외국에선 많이 보고된 것』 이라고 말한다. 숨쉬면서 오염물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기관에서 일단 유모가 밖으로 쫓아내지만 워낙 많이 자주 들어오면 기관을 지나 폐흉까지 들어가게 되고 결국 기관지확장증이나 또 폐 기능저하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기오염에서 오는 기관지확장증이나 그 외의 호흡기 질환에 대해선 약이나 병원치료로 영구적으로 나을 수는 없다.
단지 병이 악화하지 않도록 하는 치료와 특히 기관지의 경우 약한 기관지를 자극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방안에서 입술이 마를 정도로 공기가 건조하지 않게 조절하고 갑자기 찬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일이다.
이원영씨는 『축농증 등 코가 좋지 않은 사람들은 코가 목위로 넘어가 기관지를 자극하기 쉬우므로 특히 주의해야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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