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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런던·셰익스피어·그룹」내한에 붙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흔히 「셰익스피어」작품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만인의 것이라고 한다. 4백여년 동안 그의 극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꾸준히 공연되어 왔고 또한 문학애호인들이 꼭 읽어야 할 교본처럼 되어왔다. 그의 작품은 세계인류의 것이지만 최소한 그의 작품을 공연할 때는 영국의 것이라는 느낌을 저버릴 수가 없다.
미국에서도 많은 「셰익스피어」극의 공연을 보았다. 미국의 「셰익스피어」극 공연이 우리 나라의 어설픈 공연과는 달리 퍽 세련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같은 영어를 하는 사람들이니까 공연이 좋을 수밖에 하는 생각에서 필자는 미국에서의 「셰익스피어」공연을 즐겨보아 왔다.
그러나 영국에 건너가 영국인들이 하는 「셰익스피어」극 공연을 보고는 그의 극은 본래가 영국인의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올드·빅」에서의 공연, 「웨스트·엔드」에서의 현대화된 극의 공연, 그리고 「스트래트포드·온·에이번」에서의 공연을 보고는 새삼스럽게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을 알 수 있었고 또한 영국극계의 전통을 직감할 수 있었다.
왕실 「셰익스피어」극단이 『말괄량이 다루기』를 공연할 때의 일이다. 우연히 만난 일본의 어떤 상인과 같이 구경했다. 관광차 영국에 왔다는 이 일본상인은 도대체 영어하고는 거리가 멀다. 뿐아니라 일생 「셰익스피어」극의 공연을 본 적도 없다고 했다. 「스트래트포드」에는 관광차 왔는데 이왕이면 공연도 본다는 것이었다. 도중에 극의 줄거리나 알려달라는 부탁도 했다.
그러나 근 3시간에 걸친 공연도중 이 상인은 나에게 한 마디도 묻지 않았다. 뿐아니라 그의 전신경은 무대에 집중되어 그야말로 마음속으로 즐기고 있었다. 언어의 장벽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 상인을 통해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을 새삼 느꼈음은 물론이다. 「셰익스피어」는 영국사람과 더불어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연구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그들의 오랜 생활을 통해 「셰익스피어」의 인생관, 그리고 그 대사는 영국인의 피와 살이 되어있는 것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에 있어서도 무리가 없으며 우리의 눈과 귀를 통해 이해 내지는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피부와 피를 통해 전달될 수 있는 것이다. 영국인의「셰익스피어」극 공연이 우리 나라에서도 선을 보게되었다. 큰 기대를 걸어 보고싶다. [이근삼<서강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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