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리 뿌아레 감독의 '내 아내 이름은 모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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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라팽은 "형제의 도움"이라는 자선 단체의 열성적인 자원봉사자이다. 집집마다 방문하면서 옷가지를 수집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원 역할을 한다.

'비지터' 시리즈의 장-마리 뿌아레(Jean-Marie Poire) 감독으로서는 작년에 개봉했다가 흥행에 참패한 '저스트 비지팅'의 실패가 감독으로서는 생각보다 큰 부담이었나 보다. 이번에는 이미 몇 년간 연극으로 성공한 작품인 '내 아내 이름은 모리스(Ma femme... s'appelle Maurice)'를 영화로 만들었고 여기에다 원작의 연극 배우들까지 영화에 그대로 기용했으니 어느 정도 흥행을 보장받으려는 생각이었던것 같다.

수 년간 연극에서 호흡을 같이 맞춘 필립 셔발리에(조지)와 레지 라스펠레(모리스) 콤비는 이 영화에서도 역시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조지는 숨겨둔 정부가 집으로 쳐들어 오자 따돌려 보기 위해, 때마침 자신의 집을 방문한 모리스에게 아내 역할을 부탁한다.

"여장 남자"라는 코드는 생각보다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더스틴 호프만의 '투시'를 시작으로 '미세스 다웃파이어'나 '버드 인 케이지'까지 코미디에서 흔한 소재로 사용되었다. 대부분의 영화들에서 주인공들이 마지못한 상황에서 여장을 하지만 다른 영화와 달리 '내 아내 이름은..'에서는 모리스가 여장(및 그에 따른 상황)을 즐긴다는 점이다. 이런 점이 영화의 코믹 요소를 증폭시킨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영화가 무척 산만하다. 연극 무대를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것을 첨가하려다가 관객을 웃기기 위해 이것저것 마구잡이식으로 집어넣는 영화가 되버렸다.

모리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진짜 부인에게 발각되어 조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뿌아레 감독의 90년대 '비지터' 시리즈가 1천만명 이상을 끌어모으면서 사회적 신드롬으로까지 부각되었던 것은 이유있는 코미디였다는 점이다. 중세시대의 귀족-시종 관계를 현대사회로 끌어들여 중산층-자본가로 지배-피지배의 연결고리를 뒤집었다. 모든 코미디에서 웃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는 없겠지만 어느정도 납득할 만한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박정열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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