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때 위법" … 서정진 회장, 주가 조작 혐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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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이 셀트리온 서정진(56) 회장의 불공정거래 행위 혐의를 확인하고 제재 수위를 곧 결정하기로 했다. 셀트리온 측이 주장했던 공매도 세력의 조직적인 개입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은 반박자료를 내고 “금융 당국의 입장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우리가) 불공정거래 행위를 했다는 증거를 금융 당국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 당국이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불공정거래 혐의 제재 수위를 곧 결정하기로 했다. 서 회장이 지난 4월 회사 매각 방침을 밝히며 물을 마시고 있다. [중앙포토]▷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6일 금융 당국과 셀트리온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13일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를 열고 서 회장과 일부 주주가 불공정거래 행위를 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미공개 정보 이용과 시세조종 혐의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5월 9일 ‘50만 주 자사주 취득 결정’ 공시를 낸 다음 날 한 주당 신주 0.5주를 나눠 주는 무상증자를 발표했다. 현행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무상증자를 결정한 날부터 신주배정 기준일까지는 자사주 취득을 금지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무상증자를 발표한 날 자사주를 사들인 것은 명백한 규정 위반”이라며 “매매 차익 여부와는 무관하게 그 자체로서 제재 대상인 만큼 이달 25일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제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 당국은 서 회장이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뒤 담보인 주가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시세조종을 벌인 혐의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셀트리온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4월 16일이다. 갑작스러운 기자회견을 자청한 서 회장은 “공매도 세력을 버텨 내기 힘들다. 회사를 팔겠다”고 선언해 충격을 던졌다. 셀트리온은 2011년부터 공매도 세력에 대응해 자사주를 꾸준히 사들여 왔지만 갑작스러운 매각 선언 이후 시장의 의구심은 커졌다. 특히 서 회장이 거액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는 급락했다. 서 회장의 개인회사 격인 지주회사 셀트리온홀딩스와 그가 지분 68%를 가진 물류업체 셀트리온GSC가 셀트리온 주식을 담보로 4000억원 가까운 주식담보대출을 받고 있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이후 5만원대를 유지하던 셀트리온 주가는 반대매매 우려 속에 4월 말에는 2만6000원대까지 급락했다.

 한때 위기에 놓였던 셀트리온은 6월 들어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으로부터 1500억원대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빚을 많이 줄인 데다 관절염치료제 램시마가 유럽에서 판매 승인을 얻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2011년 4월부터 회사가 공매도 세력과 싸우면서 주가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떨어지며 어려움을 겪던 상황에서 벌어진 일련의 공시와 매매 등을 금융 당국이 불공정 행위로 보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은 정면 반박했다. 회사 측은 “금융 당국이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의혹 제기로)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서 회장도 지난 13일 위원회에 출석해 “주식담보대출과 자사주 매입 등은 공매도 세력에 맞서 회사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회사나 개인이 매매 차익을 노린 것이 아닌 만큼 불공정 행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불공정거래 여부를 놓고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최종 결론은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금융 당국의 강경 입장을 놓고 서 회장에 대해 괘씸죄를 적용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는다. 서 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금융 당국이 공매도 세력을 방치하고 있다’는 식의 날 선 공격을 한 것이 원칙적인 접근을 낳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금융 당국은 반면 회사 측이 주장한 공매도의 조직적 개입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올 들어 누적 공매도 비중만 봐도 셀트리온(2.59%)이 다른 회사보다 특별히 공매도 세력의 표적이 됐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로 셀트리온과 비슷한 시가총액 3조∼4조원대 회사 중에서 OCI(7.59%)·삼성엔지니어링(9.22%) 등은 셀트리온보다 공매도 비중이 훨씬 크다.

 한편 JP모건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추진하고 있는 회사 매각 작업은 아직 별다른 진전이 없다. 우리투자증권 이승호 연구원은 “램시마가 이르면 이달 유럽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고, 일본에서도 허가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 나가는 중“이라며 “회사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셀트리온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43% 급락한 4만7850원에 마감됐다.

윤창희·홍상지 기자

셀트리온 일지

2012년 5월 9일 50만 주 자사주 취득 공시
5월 10일 셀트리온 보통주 1주당 0.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 발표
2013년 4월 16일 서정진 회장 “공매도에 지쳐 회사 팔겠다” 기자회견
4월 18일 4000억원대 주식담보대출 알려지면서 주가 급락
6월 24일 테마섹, 셀트리온 주식 1500억원어치 매입→ 주식담보대출 일부 상환하며 우려 잠식
6월 28일 유럽의약품청(EMA), 램시마 판매 허가
9월 13일 금융위, 서정진 회장 등 시세조종 혐의 확인
9월 25일(예정) 금융위, 증선위 통해 최종 혐의 확정 후 검찰 고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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