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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의 길 찾는 핵가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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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통적인 우리의 가족제도는 핵가족형태로 차차 변질되어 가고있다.
이러한 변질은 여러 면에서 필연적인 마찰을 빚어내고 많은 사회논란을 야기 시키고 있다.
서울 YMCA는 26일 시민논단에서 『핵가족 제도의 핵심과 평가』라는 제목으로 이부영(서울의대 정신신경과) 교수와 작가 정연희씨의 강연을 듣고 이 마찰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했다.
핵가족제도의 문제를『노인과 젊은이의 관계』로 풀이한 정연희씨는 한국의 노인에게서 는 아직 위력을 찾아볼 수 있으나 위력은『생산과 관능의 쾌락』에 몰두하고있는 현대문명에 의해 차차 거세당한다고 말했다.
옛날의 가족은 토지를 중심으로 묶인 집단이기 때문에 가족 안에서의 할아버지는 기둥의 역할이었다.
그러나 생활양식의 변천과 더불어 이 토지는 그 위력을 잃었으며 할아버지도 쓸모가 없게 되었다. 따라서 『가능성을 잃어버린 세대』가 된 노인은 가능성을 지닌 젊은이에게 점점 소외당하고 노인과 젊은이, 특히 시어머니와 며느리사이에 갈등이 생긴다. 여기서 정연 희씨는『가능성을 가진 세대』가 『잃은 세대』를 포용, 세대간의 타협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하고『남의 며느리』 라는 의식에서 『남의 아내』라는 의식으로 바뀐 현대여성의 결혼 경향을 지적하고 노인을 섬기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기본 태도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부영 교수는「핵가족」이란 『부모와 자식이라는 종적인 관계가 아닌 부부 중심의 횡적 관계』라고 정의하고 이제도가 우리의 전통적 가족제도에 무엇인가 결함이 있었기에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창조적인 노인보다『폭군적인 노인』 이 많으며 이들은 후손에게 『내면적인 파괴』를 불러일으키게도 한다는 것이다.
대가족제도에서 강요되어온 『자식된 도리』는 일종의 숙박이며 이 속박은 필연적으로 가 족 개개인의 갈등을 빚어낸다. 따라서 개인은 자기 자신으로서의 생이 아닌 가족이란 집단의 한사람으로 살게되고 언젠가는 모든 사람에게 『내가 무엇 때문에 사나』라는 자문을 불러일으키게 한다고 그는 말했다.
노인의 권위는 존중해야되지만 결코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이 교수는 핵가족의 핵심을 『인간으로서의 독립성』이라고 설명하고 핵가족의 근본정신은 사랑인데 우리는 이를 잘못 인식하여 그 속성의 하나인 이기적인 면만을 맹목적으로 답습하는데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연희씨는 『인간은 본질적으로 혼자다』라는 점을 강조, 이 무서운 고독을 가리기 위해 가족이라는 집단을 형성하면서 노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젊은이가 가져주는 『관심』임을 이해해야한다고 말했다.
결국 대가족이든 핵가족이든 인간이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모여 산다면 가족 상호간에 필요한 것은 애정이며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각자의 위치와 개인으로서의 독립된 생활을 조화시켜 세대간의 타협을 이루는 길만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 이날 논단의 결론이었다.

<권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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