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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기만의 매듭...「이탈리아」이혼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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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백년 가까이 끌어온 이혼법이 「이탈리아」에서 성립단계에 들어서 「가톨릭」교도가99%넘는 이 나라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교황 「바오로」6세도 막바지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어 더욱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혼이 『정치문제화』 할 수는 없지만 이혼을 금지하고 있는 「가톨릭」교가 99·9%의 「이탈리아」국민들이 믿고 있는 종교라는 점과 「이탈리아」영토 안에 「바티칸」이 존재하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로 해서 어느나라보다도 「이탈리아」에서 논란이 크게 일어났던 것.
이혼을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은 9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후 10번이나 법안제안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가톨릭」교회의 맹렬한 반대에 부딪쳐 불발에 그쳐왔었다. 그러나 전통적 교육에 복종심이 강했던 「이탈리아」국민도 점점 사회적 변화에 적응하게 되었을 뿐아니라 높은 보수를 받는 노동자가 늘어나 자연히 침체된 전통에 반발하는 경향이 있어 결국 지난해 11월 이혼을 허용하는 법률이 하원을 통과했을 뿐 아니라 상원에서도 일부가 수정되긴 했으나 여유있게 통과되어 마지막으로 수정된 부분에 대한 하원의 표결이 남아있으나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이혼법의 이혼조건은 엄격하고 까다로와 다음 네가지 경우에만 이혼이 허용된다. ①직제 존속의 살해시도 ②배우자의 장기복역 ③합의에 의한 5년 이상의 별거 ④외국인과의 결혼 후 그 외국인이 외국서 이혼허가를 받았을 경우 등이다.
엄격하고 복잡할 뿐 아니라 시간도 6개월이나 걸리고 비용도 소송비까지 합쳐 1천「달러」 (약 30만원)는 소요된다는 것.
그래도 이 법이 통과되기만 기다리고 있을 사람이 전국민의 10분의 1에 해당되는 5백만명 (2백여만의 파탄한 가정주부를 비롯, 법적 사생아와 삼각관계의 제3자 등)으로 추산되고 있다. 교황이 교황청기관지 「업세르바도레·로마노」는 이혼이 가정의 병폐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라고 마지막 경고를 내고 있으나 오랜 세월을 끈 이혼법의 성립은 시간문제인 둣하다. <한남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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