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통제 불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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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이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도쿄전력 간부의 증언이 또 나왔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의 야마시타 가즈히코(山下和彦) 연구원은 13일 후쿠시마현 고리야마(郡山)시에서 열린 민주당 ‘원자력발전소 사고에 관한 대책본부’ 회의에서 “지금 상태로는 (오염수 유출의) 컨트롤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임원급인 야마시타 연구원은 후쿠시마 제1원전의 폐로(廢爐)를 위한 장기 대책을 총괄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경제산업성과 원자력규제청 관계자 등 정부 측 인사들도 여럿 참석했다. 마이니치신문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부 정부 관계자들도 “반드시 관리해야 할 저장탱크가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전력 측은 전날인 12일에도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항만 밖으로 새어 나가고 있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지난 7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오염수 문제에 대해 “상황이 통제되고 있다”며 안전성을 강조한 발언을 연이어 부정하는 발언이다.

 일본 내 전문가뿐 아니라 해외의 전문가들도 상황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도쿄전력 측이 오염수·탱크 대책본부의 사외 전문가로 초빙한 레이크 배럿은 이날 “미국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리마일 섬 사고는 1979년 미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스리마일 섬 원전 2호기의 노심이 녹아내려 미량의 방사성 기체가 유출된 사고다. 배럿은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소속으로 4년간 이 사고의 복구를 지휘했다.

 정치권도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의 오하타 아키히로 간사장은 “총리의 책임 문제도 있다”며 “임시국회 소집을 앞당겨 국민에게 설명하도록 요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오염수가 완벽하게 관리되고 있고 올림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거듭 밝혀왔다”며 “잘못된 보도가 일본에 대해 잘못된 인상을 주고 있다”고 반박했다. 야마모토 이치타(山本一太) 과학기술담당은 오는 15~17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 출석해 오염수 문제 등에 대해 해명할 예정이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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