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투자 '7년 대장정' 완성 … 세계 11위 일관제철소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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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3일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3고로 공장에서 열린 화입식에서 용광로에 첫 불씨를 넣고 있다. [사진 현대제철]

10조원을 투자해 7년 동안 진행한 현대제철 일관(一貫)제철소 건설 사업이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그룹은 ‘쇳물(현대제철)에서 자동차(현대·기아차)까지’라는 창업주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수직계열화 숙원을 이루게 됐다.

 현대제철은 13일 충남 당진시 당진제철소 제3고로(高爐) 공장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3고로 화입(火入)식을 진행했다. 화입식은 말 그대로 용광로에 처음 불을 넣는 행사로, 새 용광로를 처음 가동할 때 한다. 고철을 녹여 재활용을 하는 전기로와 달리 고로는 철광석을 녹여 철을 분리해 내기 때문에 더 좋은 품질의 철강재를 다양한 형태로 생산할 수 있다.

 이날 완공된 3고로는 용량 5250㎥, 높이 110m, 최대 직경 17m의 대형 용광로로 연간 400만t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은 1·2·3고로에서 총 1200만t, 여기에 기존 전기로까지 더할 경우 총 2400만t의 조강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 이는 세계 11위권에 해당하는 규모다. 고로 공사를 처음 시작했던 2006년에만 해도 현대제철은 세계 31위 수준이었다.

 또한 포스코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일관제철소 설비를 보유하게 됐다. 일관제철소는 쇳물을 뽑아내는 제선, 쇳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제강, 쇳물을 쇠판 형태로 뽑아낸 뒤 압력을 가하는 압연 과정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제철소를 말한다. 정주영 전 회장은 과거 여러 차례 일관제철소 건설을 시도했지만 포스코가 국영기업이던 시절이라 정부의 반대에 직면해 번번이 실패했었다.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건설에는 인천국제공항(7조5000억여원)이나 서해안고속도로(4조8000억여원) 건설 사업비보다 더 많은 9조8845억원이 투입됐다. 파급효과도 컸다. 한국산업조직학회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대제철 고로 건설 과정에서 9만5800명, 운영 과정에서 11만300명 등 총 20만6100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됐다. 또 건설 과정에서 21조3240억원, 고로 운영과정에서 24조5570억원 등 총 45조881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현대제철은 일관제철소 완공을 계기로 고품질의 자동차용 강판 생산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자동차 업계의 화두인 경량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종 초고강도 경량 강판과 망간아연도금 강판 등 신제품들을 속속 개발해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1·2고로 완공 이후 3년간 총 81종의 자동차용 열연강판 강종을 새로 개발했다. 그룹 계열사인 현대·기아차도 고품질의 강판을 더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현대제철은 또 3고로 완성에 따라 연간 8조9000억원 수준의 수입대체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 회장은 화입식 기념사에서 “앞으로도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를 향한 끝없는 도전을 계속해 나갈 것이며, 지속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국가와 지역경제 발전에 공헌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화입식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00년 동안 꺼지지 않을 불을 지펴 감회가 새롭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또 “제철산업이 기계산업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3고로 완공을 계기로 국가 경제에) 많은 발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당진=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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