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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수학여행길 참변|목적지제한지시 탓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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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올 가을에 각급 학교의 수학여행사고가 난 것은 문교당국의 지시로 목적지가 울산등지로 집결되고 있는데도 그 한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로 문교당국은 지난 9월29일자 장학1011∼553호, 제목 『수학여행에 따른 학생지도』란 공문으로 『중·고교학생들의 수학여행목적지는 될수록 공업단지·현충사 등지로 가라』는 내용의 제한지시를 했음이 확인됐다. 이 때문에 올 가을 중·고교의 수학여행지는 울산공업단지나 현충사에 몰렸으며 교통편의나 거리에 관계없이 무리하게 이 두 지정지를 선택한 학교도 많았다. 수학여행에 나선 학교관계자들은 대부분 당국의 공문지시에 따르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지난 14일 경서중학교는 현충사에 갔다오다 사고를 만났으며, 인창고교는 경주를 거쳐 울산공업단지를 수학여행가다 참사를 당했다.
올 가을 현충사에 간 각급 학교의 수학여행 학생 수는 예년보다 많은 7만여명이었다.
【온양=김경철기자】온양 현충사에는 올 가을 들어 전국 각급 학교에서 몰려드는 수학여행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전북김제군 공덕국민교5년생 1백5명은 도교육위에서 『수학여행은 1박2일로 한하되 단 현충사만 예외로 한다』는 지시에 따라 18일 상오 충남 아산의 현충사에 왔다.
학생 1인당 5백80원씩 여행비를 낸 어린 학생들은 김제군에서 이리역까지 걸어나와 열차편으로 군산에 도착, 다시 배를 타고 장정까지 가 열차를 갈아타고 온양에서 1박, 이튿날 이른 새벽에 현충사로 출발, 목적지에 닿았으나 겨우 2시간동안 유물관 등 성역을 관람했다. 여행은 학생들 중에는 피로에 지쳐 안내양이 설명을 하고 있는데도 꾸벅꾸벅 조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학생들은 『너무나 고되어 별로 재미가 없어 수학여행 맛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남북의 경우, 학교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나가 지선을 통해 경부선 열차를 다시 갈아타고 또 천안에서 장항선 열차를 갈아타 온양에 가는 등 교통의 불편을 겪어야 했으며 전남북지방의 경우, 버스편으로 호남선이나 전라선을 타고 올라와 다시 장항선을 갈아타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했다.
멀리 전남의 여수에서 온 여수고교 2년생 l백21명은 4박5일 예정으로 현충사·속리산·부산의 여행 코스로 출발했으나 현충사를 구경한 다음 학생들이 모두 지쳐버려 속리산여행은 포기, 바로 부산으로 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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