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표류 세빛둥둥섬, 겨우 제자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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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다시 문을 열 예정인 세빛둥둥섬. 서울시와 효성은 12일 ‘세빛둥둥섬 운영 정상화 합의 조인식’을 열고 기존의 무상 사용 기간을 30년에서 20년으로 줄이고 이후에는 10년 유상 사용 후 기부채납 방식으로 바꾸는 데 합의했다. [박종근 기자]

한강에 떠있는 흉물로 남아있던 ‘세빛둥둥섬’의 운영 정상화에 시동이 걸렸다.

 서울시와 세빛둥둥섬의 시행사(㈜플로섬) 대주주인 ㈜효성은 12일 세빛둥둥섬에서 ‘운영정상화 합의 조인식’을 했다.

 서울시와 플로섬 측이 합의한 내용은 ▶무상사용 기간을 30년에서 20년으로 축소하되 ▶무상사용 후 10년간 유상임대하며 ▶후(後)기부채납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시행사가 운영지체보상금 92억원을 시에 지급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서울시 요구대로 무상사용 기간을 20년으로 줄이는 대신 업체 측의 요구사항인 후기부채납 방식을 받아들인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취임 초부터 강조해 온 세빛둥둥섬의 개장이 가시화됐다”며 “세빛둥둥섬 운영 활성화는 물론 공공성 확보에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운영지체보상금 문제는 지난해 서울시 감사에서도 지적됐었다. 세빛둥둥섬의 운영 개시일은 계약상 2011년 10월 초였다. 이를 어길 경우 시행사가 최대 92억원을 물게 돼 있다. 시행사는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이용요금을 할인하거나 감면하는 방법으로 납부할 계획이다. 이날 합의안에 따라 플로섬은 올해 안으로 세빛둥둥섬 내 전시장과 외부 공간을 먼저 개방한다. 내년까지 공연·쇼핑 등 내부 공간의 인테리어 공사를 마친 후 운영사를 선정해 전면 개장한다. 플로섬은 세빛둥둥섬을 공연·전시·수상레포츠 등 문화 레저를 체험할 수 있는 수상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세빛둥둥섬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핵심사업으로 2011년 9월 1390억원을 들여 완성했다. 하지만 위탁운영업체인 CR101의 대표가 사기 혐의로 구속되고 임대료 미납으로 계약이 해지되면서 2년 가까이 방치돼 왔다.

 서울시 자체 감사에서 시행사 측에 각종 특혜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대표적인 세금 낭비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세빛둥둥섬이 완전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감사 후 플로섬에 요구해 온 불공정 계약 변경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불공정 계약은 민간 사업자의 책임으로 계약이 해지돼도 서울시가 채무 등 사업비용을 부담하게 한 ‘해지 시 지급금’ 항목이다. 사업개시 후 5년 안에 계약이 해지될 경우 서울시는 최대 1061억원의 채무를 떠안게 된다. 서울시와 플로섬 측은 나머지 감사 결과를 반영하기 위한 협의를 계속할 계획이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이용태 공원부장은 “업체 측에 유리한 부분이 많아 협상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도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법원 등 제3기관으로 가서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익성도 문제다. 서울시 감사실이 산출한 세빛둥둥섬의 비용 대비 편익은 0.92로 손익분기점(1)을 채 넘기지 못했다. 손실을 보며 영업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플로섬 관계자는 “초반에는 수익성 측면에서 어렵겠지만 임대기간이 20년이 넘고 주변 조건이 좋은 만큼 장기적으로 수익을 남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글=안효성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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