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어디에도 적응하지 못한 삶 … 탈북 → 입북 → 재탈북 … 결국 감옥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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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두 차례 탈북한 끝에 중국 공안에 붙잡혀 한국으로 송환된 김광호(37)씨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최성남)는 밀입북해 국가 기밀을 누설하고 북한을 찬양한 혐의(국보법상 잠입·탈출, 찬양·고무 등)로 김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김씨는 중국이 북한의 송환 요구를 거부하고 처음 한국으로 보낸 한국 국적 탈북자다. 검찰 관계자는 “최초엔 탈북자였지만 한국 국적을 갖고 북한에 밀입국해 처벌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2009년 8월 동거녀 김모씨와 함께 두만강을 건넜다. 라오스·태국을 거쳐 그해 11월 한국 땅을 밟았다. 이듬해 5월 동거녀 김씨와 결혼했고, 지난해 3월 딸을 낳았다. 단란하게 지내던 김씨에게 탈북을 도와준 브로커가 “탈북 비용 100만원을 갚아라”며 소송을 냈다. 김씨는 패소했고, 임대주택 보증금까지 가압류당했다. 한국에 대한 실망과 불만이 커지던 즈음 TV에서 탈북자가 북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영 속에 가족과 만나는 장면을 봤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가족과 함께 중국 옌지(延吉)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러곤 선양(瀋陽)의 북한 영사관을 통해 그해 11월 북한으로 밀입북했다. 김씨는 2개월 동안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조사에서 ▶국정원 합동신문 조사 내용 ▶합동신문센터·하나원 위치·구조·생활 ▶탈북자 23명의 신원 등을 상세히 털어놨다.

 올 1월엔 조선노동당이 주최한 기자회견에 부인과 함께 참석했다. 김씨는 회견에서 남한에 대해 “사기와 협잡,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 험악한 세상이다. 우리 주민을 강제로 끌어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김씨는 북한에서도 적응하지 못했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북한 실상이 여전히 어려웠고, 남한을 비판하는 선전 도구로 활용되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결국 지난 6월 가족과 함께 북한을 재탈북했다 중국 공안에 붙잡혔다. 중국 공안은 김씨 가족의 처리 문제를 두고 시간을 끌다 지난달 13일 한국으로 돌려보냈다. 김씨는 공항에서 곧바로 체포돼 국정원에 구속됐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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