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유전, 한국 자원개발의 성공 모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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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베트남이 한국의 유전개발 성공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1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공사가 베트남 붕따우 남쪽 320㎞ 해상에서 개발한 11-2광구와 남동부 해상 쿠 롱 분지의 15-1광구에서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8년 가스와 유전이 발견된 11-2광구의 경우 2007년까지는 투자금의 20% 정도밖에 회수하지 못했다. 하지만 2008년 2400만 달러의 이익을 낸 것을 시작으로 매년 2000만~4000만 달러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이곳에는 원유 800만 배럴과 가스 474 bcf(10억 입방피트)가 매장돼 있다. 이 광구는 석유공사가 개발과 생산까지 직접 하는 최초의 해외 광구다.

 2000년 발견된 15-1 광구는 지금까지 15억5096만 달러를 투자해 23억3492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곳에 매장된 석유는 2억6800만 배럴에 달하고, 가스도 760 bcf 매장돼 있다.

 이들 광구의 석유 매장량은 한국에서 42일간 쓸 수 있는 양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광구 주변으로 막대한 양의 석유가 매장돼 있어 베트남 일대 석유 발굴과 채굴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베트남의 해상 석유개발사업은 석유공사가 14개국에서 진행 중인 26개 사업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들 광구의 석유 탐사와 생산을 한국의 독자 기술로 성공해 중공업과 같은 다른 산업으로의 경제적 파급효과도 크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이 일대에 매장된 석유는 총 5억 배럴에 달하는 자이언트급(발견 확률 0.05% 이하)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2개의 광구에서 수년간 성공적으로 석유를 생산해 공급함에 따라 베트남 정부로부터 추가 시추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이익금의 일부를 현지 교육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베트남 남부 빈투안 지역에 2개 초등학교를 짓고, 컴퓨터와 같은 각종 장비를 설치했다. 노조도 이 지역 학생들에게 리코더, 학용품을 지원하는 한편 수시로 현지를 방문해 교실 개·보수, 제초작업 등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또 국내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베트남에 초대해 어머니 나라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석유공사의 성공적인 원유 시추와 사회공헌활동을 인정해 석유공사에 세 차례나 프렌드십 메달을 수여했다. 부 후이 황 베트남 상공장관은 공로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공로상을 세 번 수상하면 베트남 최고훈장인 노동훈장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서문규 사장은 “베트남 인근 해상의 석유발굴 사업은 20년 넘게 계속되는 장기 사업이어서 간접적인 비축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독자기술로 개발하고, 운영하는 최초의 광구”라며 “여기서 기술을 축적해 인근 광구는 물론 다른 나라에서 진행 중인 에너지자원 시추사업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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