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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머니의 힘 … 중동 항공사 할인·이벤트 공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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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오일머니’의 태풍이 항공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후발주자들인 중동 3개 항공사들이 파격적 가격의 특가 항공권과 이벤트를 내세우면서 고객몰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항공사들도 각종 이벤트를 마련하면서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가장 공세적인 업체는 카타르항공이다. 카타르항공은 10일부터 13일까지 나흘간 특가 항공권 판매에 나선다. 판매 대상은 다음 달 1일부터 내년 3월 말까지 이용 가능한 항공권이다.

인천에서 스웨덴 스톡홀름까지의 왕복 항공권이 81만7660원, 덴마크 코펜하겐 87만9660원, 터키 이스탄불 88만3990원, 몰디브 95만2910원 등이다. 세금과 유류할증료까지 모두 포함해 실제로 내는 가격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직항이 아닌 카타르 도하 경유편이고, 수량이 한정돼 있으며 연말 등 성수기에는 이 가격에 이용할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존 동일 조건의 특가 항공권들에 비해 파격적인 가격이다. 기존의 유럽행 특가 항공권들은 대부분 최소 100만원이 넘었고, 50만원이 넘는 세금과 유류할증료는 별도로 내는 조건들이었다.

 중동계 항공사들은 수하물 허용치도 남다르다. 아랍에미리트(UAE) 제2의 항공사인 에티하드항공은 지난해 11월부터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이 실을 수 있는 무료 수하물 한도를 1인당 30㎏으로 확대했다. 대부분의 항공사가 23㎏을 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시 파격적인 조치다.

카타르항공도 이달 1일부터 수하물 한도를 이코노미 클래스의 경우 30㎏으로 늘렸고, 비즈니스 클래스와 퍼스트 클래스도 각각 40㎏과 50㎏으로 기존보다 10㎏씩 확대했다.

 이벤트도 다른 항공사들이 쉽게 따라 하기 힘든 것들이 많다. 지난달 말까지 최대 35% 할인된 가격에 특가 항공권을 판매했던 에미레이트항공은 11월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행 항공편을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아르마니 호텔 밀라노’ 특별숙박권을 제공하는 행사를 시작했다. 이 호텔에 2박 예약하는 승객은 추가로 하루를 무료로 묵을 수 있다. 나흘 투숙 예약을 하면 2박, 6박 투숙 예약 시 3박이 무료로 제공된다. 에티하드항공은 자사가 후원하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맨체스터시티 경기 관람권을 경품으로 내놓았다. 다음 달 6일까지 온라인 항공권을 구매한 승객 중 한 명을 뽑아 인천~맨체스터 무료 왕복 항공권과 맨체스터시티 경기 VIP석 관람권을 제공한다.

 다른 국내외 항공사들도 구경만 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항공은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일등석 및 프레스티지석 이용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얏트리젠시인천에서 무료로 샤워를 할 수 있는 ‘칼 프리미엄 어라이벌 샤워 서비스’를 제공한다. 에어부산은 11월 6일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캄보디아 시엠리아프 운항을 앞두고 왕복 항공권을 39만1900~43만1900원에 특별 판매한다.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은 9월 한 달 동안 자카르타 등 인도네시아 도시들에 대한 왕복 항공권을 40만원(세금 별도)에, 11월 한 달 동안 여성 고객에 한해 발리 왕복 항공권을 46만원(세금 별도)에 판매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동 항공사들의 경우 풍족한 오일머니 덕택에 세계 경기나 운항 실적과 무관하게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지속할 여력이 있다는 게 무서운 점”이라며 “솔직히 가격이나 이벤트로 경쟁하기에는 버거운 것이 사실이라 서비스 차별화 등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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