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우린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

중앙일보

입력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지난 19일 미 뉴스위크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식도 하기 전에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다. 대구지하철 방화사건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

"이번 사고를 통해 사회간접자본과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 재평가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가족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미국인들은 미국과 동등한 관계를 원하는 한국의 움직임을 우려한다. 이런 상황이 반한감정을 일으키지 않을까.

"한국 사람 대부분은 미국과 미국인을 좋아한다. 비록 우리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항의를 하지만 그것은 반미감정과는 별개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아버지에게도 당당하게 항의한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의 의견을 항상 따라왔고 반대한 적이 없었다. 베트남전에 이어 걸프전에도 참전하지 않았나. 하지만 미국의 주요 언론과 정부 책임자들이 북한에 대한 무력공격 가능성을 자주 얘기하고 있어 고민이다. 이 문제는 우리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다. 미국인들은 우리가 북한편을 든다고 생각해 의리도 없고 배은망덕하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꾸준한 대화를 통해 의견을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盧대통령은 링컨 대통령에 관한 책을 썼는데 이유가 있나.

"한국 역사에서 정의의 편에 섰던 사람들이 대체로 성공하지 못했다. 링컨 대통령이 내걸었던 정의와 평등의 깃발은 지금도 여전히 성공한 깃발이다. 우리도 정의의 깃발을 든 사람이 성공하는 역사를 만들고 싶었다."

-미국 밖에서는 미국이 자국의 가치체계를 다른 나라에 강요한다는 인식이 있는데 미국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나.

"미국이 요구하는 세계질서는 대체로 정당하지만 일방적 강요라는 측면도 있다."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아… (잠시 침묵)너무 깊이 들어가지 말자. 그건 미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 나는 아내에 대해 불만이 있지만 그래도 아내를 사랑한다."

-한국과 우방들은 북핵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북한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법이 아주 독특한 나라다. 북한을 합리적인 대화 상대로 만들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중요한 문제다."

-주한미군의 재조정이 북.미 간의 불신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인가.

"우리는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하길 바란다. 하지만 주한미군 문제에 관한 한 우리의 요구가 전적으로 수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한다. 또 우리가 가지말라고 해도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다는 걸 한국 국민은 잘 알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대북문제와 관련해 말하고 싶은 점은.

"북한은 개방을 원하며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들을 범죄인이 아니라 협상 상대로 대하면 문제가 풀린다고 확신하고 있다."
정리=정용환 기자 good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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