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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부재…침체의 출판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중앙일보사가 전국 취재망을 통해 매월 조사하고 있는 베스트·셀러를 보면 70년의 한국 출판계가 얼마나 불황에 허덕이며 신간이 적고 또 독서인구가 적은지 알 수가 있다.
한국출판협동조합의 통계에 따르더라도 한국인의 도서 구입비는 매월1인당 1원50전에 불과하며 또 1년에 한 사람이 50 페이지의 책을 읽는 정도다.
실제로 매월 베스트·셀러를 조사하기 위해 각 서점에 나가보면 『이것이 베스트·셀러 다』하고 다섯 손가락에 곱을 만한 책이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것은 지방으로 가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각 부문별로 그 달에 1권 이상 팔린 책이 2∼3권도 안 되는 서점도 있는 것이다.
베스트·셀러의 리스트에 올랐다고 해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많은 붓수가 나갔다고는 볼 수 없다. 제일 많이 나갔다는 책이 1만 부 정도이니 그 밖의 책들이 어떠한지는 짐작할 수 있다.
또 신간이 거의 없어 베스트·셀러의 리스트는 지난달과 별 차이가 없다. 작가의 네임·밸류가 있고 웬만한 정도의 신간이면 바로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한다. 또는 몇 개월 전의 베스트·셀러가 다시 리스트에 오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책이 뒤늦게 많이 나가고 있다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 것이다.
베스트·셀러의 조사에 있어서는 일반 서점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외판조직에 의한 판매 붓수를 파악할 수 가 없다.
요즘 독자들은 서점을 통해 책의 내용을 보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광고와 외판의 압력으로 소극적으로 사 보는 경향이며 차츰 서점과는 거리가 멀어져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여러 제약 밑에서도 본사가 금년 2월부터 8월말까지 조사한 베스트·셀러의 리스트를 보면 창작소설에서 강신재씨의 『숲에는 그대향기』가 계속 톱을 차지해 왔고 박계형씨의 『애정이 있는 양지』 등 그 밖의 2∼3편이 나가고 있음은 특기 할 일이다. 번역소설은 4∼5년 전부터 판을 치던 일본소설의 번역판들이 자취를 감추었고 단행본보다는 외판에 의한 전집물이 활발한 경향이다. 리스트에는 최근에 나온 김은국씨의 『빼앗긴 이름』(도정일역)과 사강의 『찬물 속의 한 줄기 햇빛』(이환역) 노벨상수상자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등이 계속 오르고 있는 정도.
비소설류의 창작물에는 고은씨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계속 톱을 달려왔고 번역물에서 특기할 수 있는 것은 올해 들어 각종 경영 시리즈 등이 계속 인기를 얻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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