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 지났다? … 국민 넷 중 셋 "계층 상승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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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3명꼴로 “노력해도 계층 상승이 어렵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계층 상승 사다리 강화해야’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에서 개개인이 열심히 노력하면 계층 상승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라고 질문한 결과 75.2%가 “가능성이 낮다”고 답했다. 자신을 저소득층으로 인식하는 체감 저소득층의 경우 계층 상승이 어렵다는 응답이 80.2%에 달했다. 체감 중산층도 70% 이상이 낮다고 응답했다.

계층 상승이 어려운 이유로는 ‘생활비 부담 증가(35.7%)’를 가장 많이 지목했고 ▶기회 불공평(28.2%) ▶소득 감소(17.8%) ▶과도한 부채(10.7%) ▶자산가격 하락(7.6%)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20.8%는 지난 1년 동안 자신의 계층이 하락했다고 답한 반면 상승했다는 응답은 2.3%에 불과했다. 계층 하락 원인으로도 ‘생활비 부담 증가’(39.8%)가 1순위로 꼽혔다.

 세부적으로는 가구주일수록 비관 정도가 높았다. 특히 남편 없이 가정을 꾸려 나갈 가능성이 높은 여성 가구주는 계층 하락 응답 비율(31.7%)과 상승 가능성 비관 정도(81.7%) 모두 평균보다 크게 높았다. 연령별로는 금융위기와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을 경험한 30대의 계층 상승 가능성 비관 정도(80.2%)가 가장 높았다.

60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계층이 하락했다는 응답(40.6%)도 많았지만 노력하면 상승할 수 있다는 응답(33.7%) 역시 평균을 웃돌았다.

연구원은 “노력하면 그만큼의 보답이 있었던 고도성장 시기를 경험한 세대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밖에 비정규직 등 일자리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가구, 노후준비가 부족한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것보다 비관 정도가 높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준협 연구위원은 “누구든지 노력하면 계층 상승이 가능한 사회라야 경제와 사회의 역동성이 커지고 성장 및 사회통합의 정도가 높아진다”며 “정부가 ‘중산층 70%’ 목표를 달성하려면 일자리 개선 등을 통해 그 가능성을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구체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시장 이중구조화 극복 ▶주거비와 사교육비 부담 완화 및 공교육 강화 ▶출산·보육 및 보건의료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강화 ▶노후 준비 및 자산형성 지원 ▶여성가구 등 취약계층 지원 등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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