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잡지에 빈 라덴 유서 실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사마 빈 라덴
관련기사

특집

런던에서 발행되는 한 잡지의 편집장은 잡지에 토요일(이하 현지 시간) 실린 유언으로 보이는 문건이 작년 말 오사마 빈 라덴에 의해 작성된 것이며 빈 라덴이 죽어가고 있거나 혹은 곧 죽을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정보 당국은 빈 라덴의 유언장로 보이는 문건을 확보하고 있지만 유언장이 진짜 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CNN도 이 문건이 빈 라덴의 유언장인지는 확인 할 수 없었다.

알 마잘라지의 하니 나크샤반디 편집장은 CNN에 "빈 라덴이 작별 인사를 하는 형식으로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잡지의 기자 중 한명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알 카에다 테러 조직의 리더가 서명한 2001년 12월 14일자의 4쪽 짜리 문건을 입수했다고 말했다.

CNN에 영어로 번역돼 제공된 이 문건에서 작성자는 자신을 숨겨준 탈레반 정권에 배신이란 용어를 써가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또한 그의 자식들에게 알 카에다를 피하라는 조언을 담고 있다.

CNN에 제공된 번역본에 따르면, 문서는 탈레반을 지칭해 "이슬람의 제자들 가운데서도 극히 일부분만이 신념을 지켜가며 싸웠다. 대부분의 제자들은 항복하거나 도망갔다"라고 적고 있다.

최근 있었던 일련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유서로 보이는 이 문서는 "비록 수 십년이 걸릴 지라도 우리는 미국과 이교도인 서방 세계에 승리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 문서는 "전 세계의 무자헤딘(이슬람 전사)에게 전하는 나의 마지막 충고"라는 대목에서 "잠시 한 숨을 돌리며 유대인과 기독교도의 군대들과 싸우는 것을 당분간 미뤄두라. 대신 스파이, 겁장이, 그리고 자신들을 이슬람의 학자라고 주장하는 사기꾼들로부터 조직을 정화시키는데 노력을 쏟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이 문서는 "나의 아들아 보거라, 내가 지하드(성전)에 부름 받은 이후 너에게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다면 부디 아버지를 용서하라"는 대목도 포함되어 있다.

아들을 위해 적혀진 것으로 보이는 대목에는 "나는 무슬림(이슬람교도)의 짐을 져왔고 그들의 대의 명분을 수행했다. 나는 위험한 길을 선택했고 고난, 실망, 배신을 참아왔다. 배신이 없었다면 오늘날 상황은 좀 더 달라졌을 것이다"라는 내용이 이어졌다.

이 문서의 작성자는 그의 아들에게 "이제 내가 하는 말은 너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충고다. 나는 네가 알 카에다와 연관을 맺지 않고 멀리하기를 바란다"고 충고하며 아들들이 그가 걸었던 길을 따르지 않고 리더쉽을 추구하지 않을 것을 조언하고 있다.

나크샤반디 편집장은 자식들을 향한 메시지를 근거로 들며 알 카에다 지도부에 극적인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그는 잡지가 다음 주에 또 다른 기사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 기사는 알 카에다 지도부가 밝힌 통신문에 기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서는 저자의 부인을 위한 내용도 담고 있다. 문서는 "나의 신이 당신에게 관대한 보상을 내릴 것이다. 당신은 나에게 매우 협조적이었다. 당신은 처음부터 앞에 놓인 길이 지뢰와 다른 위험들로 가득차 있다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며 "재혼하는 것을 고려하지 말라. 아이들에게 자신을 헌신하고 그들을 바른 길로 이끌어라"고 당부하고 있다.

'당신의 형제 아부 아브둘라 오사마 무하메드 빈 라덴"이라고 서명된 이 문서는 유서로 추정되는 것으로 문서만으로는 그 진위를 확일 할 수 없다.

이 잡지에 따르면, 잡지의 전문가들은 빈 라덴을 목격했다는 확증이 작년 12월 이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문서는 미국을 겨냥한 9·11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에서 과도 정부가 들어서며 탈레반의 지배가 공식적으로 끝나기 일 주일 전에 작성됐다.

문서의 저자는 뉴욕과 워싱턴에 대한 공격이 1983년 레바논에서의 미 해군 막사에 대한 공격과 1998년 아프리카의 두 곳의 미국 대사관에 대한 공격 등 일련의 알 카에다 공격 가운데 세 번째 것이라고 적고 있다.

작년 12월 미군이 이끄는 연합군은 동부 아프가니스탄 산악 지대의 알 카에다 훈련 캠프라고 추정되는 곳을 폭격했다. 연합군은 폭격과 함께 이 지역에 은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빈 라덴과 고위 탈레반 지도부를 찾기 위해 수색을 벌였다.

나크샤반디 편집장은 지난 3월 유서로 추정되는 이 문서에 관해 들었으며 일주일 전 남부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잡지 기자 중 한 명으로부터 복사본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다 상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확인을 거부했다. 그는 문서의 진위가 확인될 때까지 잡지사가 보도하는 것을 기다렸다고 덧붙였다.

나크샤반디 편집장은 자신의 소식통을 언급하며 "나는 이것이 진짜라는 것을 증명할 확증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빈 라덴의 생사 여부에 대해 확실히 알지 못하다고 밝힌 나크샤반디 편집장은 "만약 누군가가 그의 유서를 대신 작성했다면, 이는 그가 죽어가고 있거나 곧 죽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알 마잘라지는 사우디 리서치&퍼블리싱사가 발행하는 잡지로 약 9만3천여명의 독자를 가지고 있다.

LONDON, England (CNN) / 박치현 (JOINS)

◇ 원문보기 / 이 페이지와 관련한 문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