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1년 앞둔 모범 택시운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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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9월을 『바로 걷고 바로 운전하기』의 달로 정하고 경찰에서 교통사고의 예방지도를 하고있는 이때 환갑을 바로 1년 앞두고도 택시를 여전히 몰고있는 모범운전사가 있다.
40년의 긴 세월을 핸들과 늙은 이 운전사는 서울시내운전사 가운데 최고참으로 서울영1-5142호 택시 운전사 김광식씨(60·서울 성동구 마장동485).
반쯤 벗어진 대머리에 구레나룻이 희끗희끗한 베테랑운전사 김씨는 서울영1-5142호 코로나·택시를 사위 신동식씨(39·서울 금호동28)와 함께 번갈아 가며 몬다. 사위 운전사 신씨는 3년 전 제대한 전직 육군대위. 차주이자 운전사인 이들은 무사고 운전사다.
김씨는 황해도가 고향으로 19살 때 트럭조수로 들어가 1년만에 운전면허를 땄다. 그때만 해도 운전사는 인기 직업. 합격자명단이 신문에 실리면 차주들이 몸소 찾아와 모셔갔고 기생들도 인력거를 보내오던 시절이었다.
돈도 제법 모았었지만 해방 후 빈 몸으로 서울에 온 김씨는 자기 차 한대도 마련하지 못하고 시외버스일당제 운전사로 일했다. 김씨가 처음으로 차주가 된 것은 10년 전 출가한 두 딸이 12인 승합승1대를 마련해 주면서부터였다.
3남6녀의 아버지인 김씨는 자녀들의 뒤치다꺼리에 합승을 홀딱 날리고 65년 코로나·택시가 한창 쏟아질 때 다시 남의 차를 몰게되었다.
67년 육군대위로 제대한 사위 신씨가 퇴직금 30만원을 내놓고 김씨가 회사에서 빚을 얻어 지금 몰고 있는 코로나·택시를 사들였다.
김씨는 제대 후 직장을 잡지 못한 사위 신씨를 6개월 동안 차에 태우고 다니며 운전기술을 가르쳤다.
시속 40㎞이상으로 달려본 적이 없고 다른 차를 앞지르는 일이 없는 이들은 다른 차보다 2천원쯤 수입이 뒤진다. 교통위반딱지를 떼지 않는 것으로 웬만큼은 보충이 된다. 교통순경들도 할아버지 운전사가 어쩌다가 위반하면 슬쩍 눈감아 준단다. 이들의 하루평균수입은 7천원 안팎. 휘발유 값·수리비 등을 빼고 집으로 가져가는 돈은 3천원쯤 된다.
돋보기안경을 써야 할만큼 시력이 나빠졌지만 살아갈 다른 방도가 없어 차가 부서질 때까지 핸들을 잡겠다고 김씨는 고집이 세다. <김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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