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밍턴 청문록의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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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2월24일부터 동26일까지의 사이에 열렸던 미국 상원외교위원회 사이밍턴 소위원회의 한국문제에 관한 발언내용의 발표는 한미 양국, 그리고 양국관계에 대해서 많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 발언내용 중 특히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이밍턴 위원회의 대한발언발표는 한국에 심대한 충격을 주었다. 그것은 미군감축에 따르는 한국의 안보문제, 주월한국군의 처우문제, 남북한통일문제에 대해서 한국이 기대했던 것과는 현격하게 차이가 있는 방향으로 미국의 대한정책이 기울어질 가능성이 있을뿐더러, 이 발언이 행해진 후 미국의 실체적 움직임이 상기 가능성이 현세화하고 있음을 유력히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대한 발언이 행해졌고, 미국의 대한정책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엿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정부당국이 상기 증언이 발표되는 순간까지 이를 거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인데, 이점 우리는 주 워싱턴이 사절단의 부주의 혹은 태만을 크게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국회가 사이밍턴 발언내용에 대해서 그동안 거의 모르고 있던 정부의 책임을 추궁하기 시작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정부가 대국회발언에서 진실을 모두 밝히고, 미국의 대한정책 전환에 따르는 대책을 솔직이 밝힘으로써 국민의 이해와 협력을 촉구해 주기를 바란다.
둘째로, 12일 미국정부는 명년 초에 포커스·레티너 작전과 비슷한 대규모 한미공수 기동작전 연습을 다시 실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는데, 이 역시 주목을 요하는 사실이다. 선의로 해석한다면, 기동작전 연습은 주한미군을 미국정부의 계획대로 감축한다 하더라도 미국이 한국안보에 대한 책임을 계속 질 것이며, 또 그런 능력이 있음을 실증하기 위해 행해지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입장에서 이 조처를 반드시 호의적인 면에서만 받아들일 수 없는 까닭은 사이밍턴 소위에서 미켈리스 사령관이 『이것은 미군감축에 관해 있을지도 모를 어떤 결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으나, 당시 미국 신문들은 포커스·레티너 작전을 『주한미군감축의 전조』라고 보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뭏든 미국정부가 금년 7월에 주한미군 2만명을 내년 6월까지 감축하겠다고 공식발표하고, 감축방침을 결정한 사이밍턴 위의 발언을 공개한 직후, 대규모 공수작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은 시기적으로 보아 반드시 우연의 일치로만 보아 넘길 수 없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세째로, 주목해야할 것은 상기증언에서 포터 주한대사가 한국의 통일문제에 관하여 『미국은 한국에서 기정의 입장을 고수하느니 보다 오히려 원칙문제로서 남북간의 대화를 갖는데 관심을 기울여 왔다』고 말하고, 『나는 얼마전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영역을 알아보기 위해 북괴쪽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이 좋다는 미국의 견해를 한국정부와 논의할 권한을 요청, 이를 부여받았다』고 발언했다는 사실이다.
박대통령의 8·15 선언이 남북간에 대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미국의 정책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우리는 아는바 없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이 남북간 대화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정책의 전개가 군사력우위에 의한 남침저지책의 점진적인 포기를 의미치 않을는지 이 시점에서 큰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네째로, 주목을 요하는 것은 워싱턴·포스트지가 그 사설에서 사이밍턴 위가 미국의 주월한국군 경비부담을 공개함으로써 『더 이상 손상되는 것을 감당해낼 입장에 있지 않는 정책을 더욱 불신케 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솔직이 논평했다는 것이다. 이 사설은 한국군파월은 한미 양국에 공히 이익이었다고 주장하고 한미협정의 떳떳하지 못한 면은 아시아 우방의 월남참전에 열성적이었던 존슨 대통령이 보조금 지급을 감추고 미국의 월남정책에 대한 딴 국가들의 지원을 과시하려 한데 있다』고 꼬집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고 하면 미국의 현행정부는 파월국군 수당지불의 경위와 진실을 밝히고 의회의 재고를 촉구하는 것이 한국의 불신을 씻는데 다소라도 도움이 된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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