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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장기연속극이 가진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TBC-TV의 장기연속극『아씨』와 함께 금년의 장기 연속극의 쌍벽을 이룬 KBS-TV의 한운사 작『아버지와 아들』이 1백50회로 막을 내렸다.
해방 후부터 오늘날까지 혼돈을 극한 소용돌이 속에서 자라나는 젊은 세대의 생활을, 그 시대의 사회적인 움직임을 배경으로 삼고 전개시킨 작품이었다.
장장 1백50회. 말이 쉽지 그 분량을 시간과 원고지로 따지면 엄청난 양의 집적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 매달린 스탭들의 노력과 시간을 따지면 이 작품하나에 투자된 정신적·노동 적 동원은 어마어마한 것이 된다.
시청자의 입장으로 보았을 때 사실상 이제부터가 더욱 재미있을 것 같은 모든 극적 여건을 지니고 있는 것인데 왜 작가는 여기서 끊어야만 했을까?
시청자의 이해의 저변이 이제부터 더욱 넓어지고 그럴 수록 흥미의 촛점도 더 나올 법도 한데 아쉬움을 남기고 끝나게 된 것은 그 동안 열심히 시청해온 입장에서는 서운하기 짝이 없다.
그러고 보면 이제 장기 물은『아씨』만이 남았다.
그런 뜻에서 작가 임희재씨의 앞으로의 건필이 더욱 기대되는데 이『아씨』집필로 말미암아 입원직전에 놓여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만큼 작가의 일일전쟁은 살을 깎고 신경을 저미는 피나는 작업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미니시대인 현대까지 이끌어 가는데 있어 시청의 폭, 이해하는 저변이 넓어지는 마당에서 작가의 고민은 일층 더 가속화될 것이 뻔하다.
모쪼록 건강과 건 필을 비는 마음 간절하다.
금년의 장기 물 연속극에서 느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보다도 처음 시작할 때 작품전체의 기풍을 굵게 잡지 않고 당일치기 식으로 점과 점을 이어갔다는데 그 특징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군데군데 궁색한 극적 전개라든가 터무니없는 비약 등이 눈에 띄었다.
작품을 시작하기 전 적어도 석 달 전부터 미리 다지고 극적 흐름을 단단히 짜서 나갔더라면 농도 있고 율동적인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이점에 대해서는 무엇보다도 작가자신의 정진과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제작진의 장기적 안목에서 작가를 뒷받침해주는 넓은 아량이 절실히 요망된다 할 것이다. <이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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