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에서「조건」을 빼자|오늘부터 개발원조위(DAC) 동경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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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끄나 불 달린 원조」의 철폐를 내걸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산하 DAC(개발원조위원회) 상급회의가 14일부터 이틀간 동경에서 열린다.
「마틴」의장을 비롯, 16개 가맹국대표가 출석하는 이번 회의의 주제는 앞으로의 경제협력방향-. 대 개발도상국경제원조의 개발과 선진국 GNP의 1%를 원조에 돌리자는 구호를 제2차 유엔개발 10년 계획(71년∼80년) 기간 중에 실현하는 것 등이 이번 회의의 주요목표다. 【동경=조동오 특파원】
60년대에 두드러지기 시작한 남-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모든 국제협력기구는「1%원조」를 선진국들에 촉구해왔고 자국제품수입의 조건이 붙은 이른바 조건부 원조를 지양하고 세계적 경제의 이상형으로서 개방원조를 제공토록 주장해왔다.
특히 회의의 초점은「조건부 원조」의 철폐다. 지난 6월 OECD각료 이사회에서 미국이 제의한 이 문제를 이번 회의는 정식으로 결의하려는 것이다.
지금까지 선진국이 개발도상국가에 제공한 차관의 대부분은 자국상품 구입조건부의 것이었다. 또한 원조도 껍질을 벗겨보면 선진국간의 시장쟁탈전의 한 표현이었다. 때문에『원조라는 이름의 장삿속』이라고 개발도상국들이 반발해 온 것이 지금까지의 실정.
DAC가 노리는 것은 이 같은「끄나불」을 즉시 전폐하여 2국간의 차관이나 국제기구의 출연을 무조건으로 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차관을 받은 국가는 국제입찰에 의해 효율적으로 상품을 조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DAC사무국은「끄나불」철폐원칙과 더불어 국제입찰의 룰을 만들 것과 분쟁처리기관 설치 등에 필요한 작업도 끝맺으려 하고 있다.
이 끄나 불 철폐에 대해 DAC 가맹국 중 프랑스·일본을 제외한 다른 국가는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3년 전부터 재기된 이 문제는 그 동안 미국이 BA 정책에 묶여 있었기 때문에 진전을 보지 못했으나 미국의 방향이 철회되자 급진전되기에 이른 것.
끄나 불 철폐를 주저하는 가장 큰 원인은 국제경쟁력에 대한 우려다. 왜냐하면 경쟁력이 약한 상품도 원조의 조건에 힘입어 수출이 됐기 때문에 이 길이 봉쇄되면 구출산업은 타격을 받고 원조의욕에 브레이크가 걸린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끄나 불 철폐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1)비공식적인 조건=특정 개발도상국의 개발사업 컨설턴트단계에서 계획내용을 자국상품조달에 유리하도록 책정, 실질적인 끄나 불을 매어놓는 것. (서독이 잘 쓰는 수법)
(2)관세장벽=특정지역권이 관세장벽을 대외적으로 선정할 경우, 원조물자를 국제입찰해도 권외 국의 참가가 불리하여 끄나 불 철폐의 실질적 효과가 없어진다. (불란서의 조건철폐 반대이유)
(3)미국의 진의=미국이 끄나 불 철폐측의 선두에 선 것은 GNP 1%원조에 대한 변명과 끄나 불에 대한 라틴·아메리카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것이다. 『끄나 불을 철폐하는 편이 오히려 값싸다』는 달러방위의식이 깔려 있는지도 모른다. (일본의 진단)
(4)일본경계=「이커노믹·애니멀」이라는 일본이 국제입찰을 슬며시 독점하지 않을 까하는 선진국들의 우려.
이러한 문제점이 있다해도 원조의 참된 효과를 발휘케 하려면 선진국은 조건부 경협을 철폐해야할 입장에 있으며 1% 원조도 반드시 실현되어야만할 고비에 왔다고 관계국들은 판단하고 있다.
남북문제는 개발도상국들의 문제뿐 아니라 공동번영을 위한 세계적 공통문제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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