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 수치 높으면 아침 운동 삼가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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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호 18면

강동경희대병원

밤낮의 기온차가 커지는 환절기가 돌아왔다. 환절기에는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지기 때문에 우리 몸의 혈관이 수축과 팽창을 반복한다. 고혈압 환자에겐 치명적인 계절이다. 특히 급성 심근경색 같은 심장질환이 늘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급성 심근경색은 우리나라에서 돌연사 원인 중 1위를 차지할 만큼 위험한 질병이다. 환절기나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겨울철에 목숨을 위협한다. 하지만 전조 증상과 대처 방법을 미리 알아두면 위험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심장혈관내과 김종진(사진) 교수에게 급성 심근경색의 원인과 증상, 예방법에 대해 들었다.
 
 -급성 심근경색은 어떤 병인가.
 “심장에 산소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을 ‘혈전’이라는 핏덩어리가 갑자기 막으면서 극심한 가슴 통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돌연사의 80% 이상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인해 일어난다. 병원 도착 전까지 살 수 있는 확률이 30% 정도다. 3명 중 1명이 사망하는 무서운 질환이다. 급성 심근경색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동맥경화다. 동맥경화는 콜레스테롤과 같은 지방 덩어리가 혈관 벽에 달라붙어 혈관이 좁아지는 질환이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크고,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는 계절에는 혈액이 굳고 혈관도 수축해 혈류가 막히기 쉽다.”

급성 심근경색 원인과 예방: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심장혈관내과 김종진 교수

 -동맥경화의 원인은 무엇인가.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흡연 4가지를 꼽을 수 있다. 가족력·비만·운동부족 등도 동맥경화의 원인이다. 이런 원인들로 인해 혈관을 따라 몸속 지방을 이동시키는 저밀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진다. 저밀도 콜레스테롤이 기준치보다 많아지면 지방을 이동시키지 못하고 혈관 중간중간에 내려놓는다. 혈관에 남은 지방이 서서히 커지면서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가 어느 순간 터진다. 이때 혈관이 막힌다. 우리 몸은 상처가 생기면 저절로 그 상처를 지혈하는 기능이 있다. 혈액에 있는 혈소판이라는 성분이 피를 지혈하는 기능을 한다. 상처가 생기면 혈소판이 자동적으로 달라붙어 핏덩어리를 만들어 지혈을 한다. 마찬가지로 혈관에서 지방이 터지면 이것도 상처로 인식해 그곳을 지나가는 혈소판들이 달라붙어 핏덩어리가 생기고 점점 커지면서 결국 혈관을 완전히 막는다. 이때 혈액이 통하지 않게 되는데, 이것이 급성 심근경색이다. 심장으로 들어가는 중요한 혈관이 막히면 곧바로 사망할 수 있다. 같은 원리로 뇌 혈관이 막히면 뇌졸중이 된다. 눈 혈관이 막히면 실명할 수도 있고, 다리 혈관이 막혀서 악화되면 다리를 절단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콜레스테롤의 파열은 왜 생기나.
 “갑자기 기온 변화가 심해지면 혈관의 수축이 일어나면서 파열이 생긴다. 일 년 중 환절기, 겨울철에 급성 심근경색이 가장 많은 이유다. 1주일을 기준으로 하면 월요일에 가장 많다. 주말 동안 쉬다가 출근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혈관에 압박을 가하게 된다. 하루를 기준으로 하면 아침에 파열 위험이 가장 크다. 이른 새벽이나 아침에 혈압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혈압이 높은 상태에서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자극을 느끼고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지방 덩어리가 터질 확률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은 운동을 아침에 하는 것보다 늦은 오후, 이른 저녁에 하는 것이 좋다.”

 -등산을 하다가 돌연사하는 경우도 많은데.
 “동맥경화의 위험 인자 4가지인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흡연 중 한 가지라도 갖고 있는 사람은 등산이 좋지 않다. 동맥경화증 환자들에게는 걷기, 가볍게 뛰기처럼 일정한 강도(약간 숨이 찰 정도)로 할 수 있는 유산소운동을 권한다. 유산소운동을 하면 혈압이 내려간다. 무산소운동을 하면 혈압이 올라간다. 테니스·배드민턴처럼 강도가 일정하게 유지될 수 없는 무산소운동은 관절이나 심장에 무리를 준다. 등산도 마찬가지다. 산의 경사는 예측할 수 없이 변하기 때문에 등산을 하다 보면 심장이 부담을 느끼고 혈압이 올라간다. 그럴 때 혈관 안의 콜레스테롤이 파열될 위험이 높다.”

 -급성 심근경색을 예방하려면.
 “동맥경화의 위험 인자,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흡연을 예방해야 한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술·담배를 끊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싱겁게 먹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염분 섭취량이 매우 높다. 특히 찌개·국을 주식으로 하는 식습관이 염분 섭취를 높인다. 일단 짠맛이 느껴져야 맛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싱겁게 먹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염분 조절이 잘 안 돼 고민하는 환자들에게 몇 가지 팁을 알려주곤 하는데, 그중 한 가지는 ‘음식이 끓을 때 간을 보지 말라’는 것이다. 음식이 끓고 있을 때는 뜨거움 때문에 짠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뜨거울 때 간을 보다 보면 소금을 자꾸 넣게 된다. 하지만 식은 후 간을 보면 짜다. 또 한 가지는 ‘나트륨 함량을 소금양으로 계산하라’는 것이다. 가공식품에는 나트륨 함량이 표기되어 있어 구입할 때 도움이 된다. 하지만 소금양은 나트륨 함량의 2.5배다. 나트륨이 2g 들어 있는 경우, 소금으로 치면 5g 들어 있는 것이다. 나트륨 함량만 보면 적게 느껴지지만 소금으로 계산하면 그렇지 않다. 나트륨 함량을 소금양으로 계산하고 구입하면 염분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동맥경화가 없어도 급성 심근경색이 생기나.
 “위의 4가지 요인이 없더라도 급성 심근경색이 올 수 있다. 남성 45세, 여성 55세 이상이면 노화 때문에 갑자기 급성 심근경색이 찾아오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혈관도 늙는다. 자신도 모르게 혈관에 지방 찌꺼기가 쌓이기 때문에 당뇨병·고혈압 환자가 아니더라도 불시에 급성 심근경색이 올 수 있다. 여성은 호르몬의 영향으로 남성보다 동맥경화 확률이 적지만 폐경 이후엔 남성과 똑같이 확률이 높아진다. 평소 꾸준한 운동과 식단조절로 혈관 나이를 젊게 해야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급성 심근경색을 막을 수 있다.”

 -급성 심근경색의 치료법은 무엇인가.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이 가장 효과가 크다. 막힌 혈관에 ‘스텐트’라는 금속망을 넣어 우산처럼 펼쳐 혈관을 넓히는 시술이다. 혈관이 막혀 심장으로 피가 통하지 않으면 심장 근육이 썩어 괴사할 수 있다. 괴사까지 되지 않으려면 혈관이 막힌 후 6시간 내에 병원에서 이 시술을 받아야 한다.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의 성공률은 90% 이상이다. 급성 심근경색의 경우 병원에 빨리 오기만 하면 치료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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