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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복권은 왜 발행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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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틴틴 여러분, 요즘 로또복권 얘기 많이 들었죠? 복권을 놓고 이런저런 말이 많습니다. 로또복권은 '인생역전'의 기회를 준다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반면 '대한민국은 로또공화국'이라며 로또 열풍을 걱정하는 사람도 많답니다. 복권이 왜 생겨났는지,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알아볼까요.

국어사전에서 복권이란 단어를 찾아보면 '번호를 기입하거나 어떤 표시를 한 표를 판 뒤 제비를 뽑아 표의 값보다 훨씬 많은 상금을 주는 것'이라고 돼 있습니다. 영어로 복권을 로터리(lottery)라고 하는데 운명.숙명.운수를 뜻하는 '로토(lotto)'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복권과 비슷한 것으로 경마.경륜.스포츠토토 등 복표가 있습니다. 하지만 전적으로 운에 따라 결정되는 복권과 달리 복표의 당첨 확률은 운과 함께 경기 결과를 분석.예측하는 구매자의 실력에 따라 높아질 수 있습니다.

복권은 제정(帝政) 로마시대에 등장한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로마의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BC 63~AD 14)가 로마 복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귀족들에게 돈을 받고 복권을 팔았다고 합니다. 당첨자에게는 땅.노예.선박 등을 줬지요.

근대적인 형태의 추첨식 복권은 1400년대 네덜란드에서 시작됐지만 1530년 이탈리아의 피렌체 지방에서 판매된 '로토'라는 복권이 근대적 의미의 첫 복권으로 평가받고 있지요.

우리나라 복권의 흔적은 계(契)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조선 후기의 산통계(算筒契)가 복권과 유사하게 운영됐다고 합니다. 계원들이 일정한 곗돈을 낸 뒤 통 속에 넣은 알을 추첨해 당첨자에게 곗돈보다 많은 당첨금을 주는 방식입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복권은 1947년 12월에 발행됐습니다. 이듬해 열린 런던 올림픽 참가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올림픽후원회가 올림픽 후원권을 발행했죠.

1969년 9월부터 주택은행(현 국민은행)이 발행한 주택복권은 정기적으로 발행된 첫 복권입니다. 과녁을 향해 화살을 쏘는 방식으로 추첨했죠. 이것을 중계방송할 때 외치던 "준비하시고-. 쏘세요"라는 소리에 서민들이 가슴을 졸이기도 했어요.

90년 주택복권의 독점체제가 무너지면서 즉석식 복권이 등장했고, 최근엔 로또.주택.자치.체육.관광.기술.기업복권 등 20여종 이상이 발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12월 로또복권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판매가 크게 늘고 있죠. 사는 사람이 번호를 선택하는 로또복권은 71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고, 현재 세계 60여개국에서 팔리고 있습니다.

복권의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복권은 특정한 사업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려고 발행되는 것입니다. 주택복권 판매금액은 주택건설기금으로 사용됐죠.

로또복권의 경우 건설교통부.노동부.보건복지부.보훈처.제주도 등 10개 기관이 판매금액의 30%를 가져가 서민 주택건설.근로자 복지 등 공익적인 분야에 쓰게 됩니다.

하지만 복권을 주로 사는 사람들이 아무래도 중하위 소득계층이기 때문에 복권을 '가난한 사람에게 매기는 세금'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답니다.

복권의 당첨 확률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볼까요. 널리 알려져 있는 주택복권의 1등 당첨 확률은 5백40만분의 1입니다. 또 45개의 숫자 중 순서에 관계없이 6개의 숫자를 맞추는 로또복권의 1등 당첨 확률은 8백14만5천60분의 1(약 0.00001%)로 더 낮습니다.

벼락에 맞아 숨질 확률이 50만분의 1이고, 골프에서 홀인원할 확률이 2만분의 1이라니 복권 당첨 확률이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겠죠. 1등에 당첨될 경우와 안될 경우 단 두 가지로 따져 당첨 확률은 50%라는 우스개도 있습니다.

확률이 이렇게 낮은데도 복권이 여전히 잘 팔리는 것은 당첨 금액이 크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로또 당첨금이 3억1천5백만달러(약 3천8백억원)라는 천문학적 금액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65억원의 로또 당첨금을 받은 사람이 있었죠.

그래도 로또의 경우 당첨금의 50%만이 복권 구입자에게 지급되는 등 대부분의 복권은 구입자가 손해를 보는 '마이너스 섬 게임(minus sum game)'이 분명합니다.

복권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복권이 대박심리.한탕주의.사행심을 조장한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당첨자가 없으면 다음 추첨으로 당첨금이 넘어가고 판매금액이 늘어날수록 당첨금도 커지는 로또복권에 대한 비판이 많답니다.

그래서 로또복권의 당첨금 이월 횟수를 줄여 당첨금이 과도하게 불어나는 것을 조절하고,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복권을 팔지 못하도록 하는 등 이런저런 대책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틴틴 여러분도 어른이 된 뒤 복권을 사는 일이 있을 것입니다. 복권을 살 땐 반드시 당첨자 중 상당수가 오히려 불행해졌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혹시 복권에 당첨되면 나보다 남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쓰는 게 어떨까요. 그래야 복권 발행의 취지에도 맞고, 복권 당첨이란 행운의 가치를 더 크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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