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7)국채호<서울대약대 교수>|무서운 습관성 의약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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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좋은 습관은 버릇들이기 힘들지만 버리기 쉬운 일이고 반대로 나쁜 습관은 갖기 쉬운 반면 버리기 어려운 일이다.
정부는 우선 습관성 약품 88종에 대해서는 허가 없이 팔지 못하게 규제했다. 습관성 약품이 빚어내는 중독으로부터 국민보건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마약 하면 우리는 먼저 아편을 생각한다. 이번에 정부가 지정한 습관성 약품은 화학구조상 아편과는 판이하지만 아편과 유사한 진통력을 지녔으며 강력한 습관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합성마약이라는 팻말을 붙이게 되었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시행령은 ①수면제 ②각성제 ③진통 진정제 ④신경 안정제의 대부분과 ⑤LSD 등 환각제 ⑥해피·스모크의 원료가 되는 대마 류 등 88종의 단일 의약품들을 구체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이중 환각제나 대마 등은 일반인들에게는 큰 관련은 없으나 수면제·각성제·진정제 등은 사람들이 흔히 사용할 뿐더러 지금까지 약국에서는 얼마든지 손쉽게 구할 수 있고 TV나 신문 등을 통해 많이 선전되는 약품이다.
이것은 화합물성질상 친신경성 물질이어서 고통이나 흥분 기쁨 등 사람의 감정을 함부로 제어한다. 이 습관성 의약품은 비록 강한 중독현상을 갖기는 하나 꼭 필요할 때에 잘 사용하기만 하면 큰 효과를 나타낸다. 다만 지나치게 사용할 경우에 인체에 해독을 끼치고 있으나 사용할 때 세심한 주의가 있어야겠다.
약품의 판매와 사용을 법으로 규제하기에 앞서 메이커들의 양식이 또한 아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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